일본은행, 30년 만에 금리 0.75%로 인상…초저금리 시대 막 내렸다

| 연합뉴스

일본은행이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초저금리 체제를 사실상 마무리하며 기준금리를 0.75% 수준으로 인상했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일본의 통화정책이 양적완화 일변도에서 탈피해 점진적인 긴축 기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일본은행은 12월 19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5% 수준에서 0.7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9월 이후 처음으로 0.5%를 넘어섰다. 이번 결정은 정책위원 9명 전원 일치로 채택됐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오랜 시간 제로금리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다. 특히 2016년부터 시행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데 일정 역할을 했지만, 물가가 오르고 임금 상승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통화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내부에서 확산됐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일본은행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려 왔다.

이번 인상의 배경에는 물가 흐름과 임금 인상 기대가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를 상회하는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내년 봄 정기 임금 협상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더불어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의 설득 배경이 됐다.

다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를 두고서는 시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 언론은 올해 전체 기준금리 인상 폭이 0.5%포인트로, 겉보기에는 완만해 보이지만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 폭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은 향후 물가와 임금 상승이 지속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은행의 예·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시중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은 이미 내년 2월부터 보통예금 금리를 0.2%에서 0.3%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199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일반 가계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닛케이는 변동금리로 4천500만 엔을 대출받은 경우 지난해 7월부터의 금리 인상으로 월 상환액이 평균 1만4천 엔가량 늘어났다고 추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 금융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물가와 임금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경우,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2026년 말 기준금리가 1.0%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