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 17.9% 급감…달러 유입 막히자 환율 불균형 우려 커져

| 연합뉴스

달러 수요 증가로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실적이 뚜렷하게 위축되고 있다. 달러 유입이라는 외환 공급원 중 하나가 약화되면서 외환시장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FDI 유치금액은 약 206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1억8천만 달러에서 17.9% 줄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고, 2분기엔 19.1%, 3분기에는 23.1%로 감소 폭이 커졌다. 이처럼 세 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진 것은 드물고,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 및 국내 투자 매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수출 대금의 달러 결제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올 2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에서 달러로 결제된 비율은 전체의 83.5%에 그쳐, 1년 전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원화 결제는 3.5%로 0.9%포인트 상승했고, 유로화도 소폭 올라 6.2%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교역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서히 줄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경제에 들어오는 달러 유입 경로가 좁아졌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 유입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권계좌를 따로 만들지 않고도 자국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접근성을 높여 달러가 한국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하려는 조치다. 최근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수요를 늘려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자, 역으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수월하게 살 수 있게 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외화 확보 부담을 덜기 위해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의 감독 의무를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금융 쇼크 상황에서 외화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외화 수급이 빡빡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테스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과도한 외화를 보유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정부는 유동성 확보 의무를 완화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외환 수급 불균형을 중심으로 정부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인 투자 확대와 결제통화 다변화 추세가 맞물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환율 구조와 금융 정책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