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법사금융 수사 직접 나선다…‘민생금융 특사경’ 도입 추진

|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내년 상반기 민생금융범죄에 대응하는 특별사법경찰 조직 도입을 추진하면서, 금감원의 수사 권한이 크게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자본시장 관련 특사경만 운영해 온 금감원이 불법사금융과 보험사기, 보이스피싱 같은 생활 밀접형 금융 범죄까지 직접 수사할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금감원이 추진하는 '민생금융범죄 특사경' 조직은 금융 소비자 보호 전담 부서 내에 설치되며,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입법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조직은 현재 국회에 발의가 추진 중인 '사법경찰직무법' 개정과 맞물려 신속 출범을 목표로 하며, 법 개정만 이뤄지면 내년 중 정식 가동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생금융범죄 특사경 도입과 동시에,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수사의 단초를 잡는 권한인 '인지수사권' 확보도 논의된다. 현재 금감원 특사경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만 수사가 가능하지만, 향후에는 독자적으로 수사 개시가 가능해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2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지수사권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며, 내부 규정이 오히려 권한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하며, 특사경 권한과 인지 범위에 대한 정리 및 총리실 보고를 지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내 상위 규정과의 충돌, 권한 중복 문제 등이 공론화될 수 있지만, 금감원은 수사 남용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인지수사 착수 요건을 엄격히 설정하고 계좌 추적 요건 등 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금감원이 이처럼 기존의 감시·감독 기능을 넘어서 수사 기능까지 확장하려는 배경에는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급증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는 올해 상반기만 1만5천559건에 달하며, 피해액도 3천407억 원에 이른다. 이는 작년 연간 수치의 80%를 넘는 수준이다. 불법사금융 피해신고 건수 또한 10월까지 이미 1만4천여 건에 달하며, 작년 전체 신고 건수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와 금감원은 이러한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피해신고센터 확대, 고금리 대출계약 무효화 서류 발급, 조기 추심 중단 통보제 등의 조치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금감원이 단순한 감독기관에서, 민생범죄까지 실질적 수사와 제재를 수행하는 준사법 기관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권한 집중에 따른 통제 장치 마련과 기관 간 역할 조정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