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경영권 분쟁 분수령…법원 판단 주목

|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미국에 신설하는 제련소 관련 합작법인에 자사 지분 10%를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이 과정에서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또 한 차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이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유상증자 중단을 요구하며 낸 가처분 신청의 법원 판단이 빠르면 12월 22일 나올 것으로 보여, 향후 주주총회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며, 미국 정부 기관들과 손잡고 ‘크루서블 JV’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해당 JV에는 총 지분 중 40%를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은 10%를 보유하며 나머지 50%는 미국 내 민간 투자자들이 맡게 되는 구조다. 고려아연은 이 JV에 자사 지분 10%를 넘기는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며, 이 지분의 실질 소유권이 미국 측에 귀속되더라도 경영권 상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구조가 현실화되면 최 회장 측의 의결권 기준 우호 지분은 국민연금, 한화, LG화학 등을 합산해 최대 45.5%까지 늘어난다는 관측이다. 반면 MBK·영풍 측의 보유 지분은 43.4%에 그쳐,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한 구도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들은 유상증자를 막기 위한 법적 대응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2월 19일 열린 심문에서 양측 주장을 청취한 뒤 고려아연 측에 미국 정부로부터 지분 요청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법원은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인 12월 26일 이전에 판결을 내릴 계획이며, 업계에서는 22일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JV 설립이 연기돼 해당 지분은 2026년 이후 주총에 반영돼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에 포함되지 못하게 된다.

이번 가처분 판단은 단순한 거래 승인 여부를 넘어,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를 누가 장악할지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이 11명, MBK·영풍 측이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MBK·영풍은 추가 이사 선임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주총 이전 우호 지분 판도가 바뀔 경우 이사회 구도가 8대 7 수준까지 좁혀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고려아연의 경영권 구조와 글로벌 사업 추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원이 유상증자를 허용하면 최 회장 측은 미국 신사업을 발판으로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반대의 경우에는 MBK·영풍 측이 주주 지지를 기반으로 이사회에 추가 입성해 경영권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결정은 1년 넘게 이어져 온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