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투자를 위해 추진 중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두고, 주요 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양측은 사업 구조의 투명성과 법적 정당성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12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투자 구조상 최종 합작 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미국 측과 설립하는 합작법인(JV)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보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통상적인 합작 투자 관행과 다르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는 최종 계약이 체결된 후 지분 등이 정리되지만, 이번에는 지분이 먼저 배정되고 계약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투자 상대방이 지분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에 신주 발행과 관련된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계약이 불발돼도 이미 발행된 신주를 되돌릴 장치나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은 법적 보호 없이 상대 측에게 일정 지분을 내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셈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장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번 투자가 전략적으로 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등 미국의 산업 보조정책을 언급하며, 초기 투자 비용의 상당 부분이 세금 감면이나 감가상각 혜택으로 회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모두 합하면 총 14억 4천200만 달러, 한화로는 약 2조 1천300억 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제련소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중장기적인 수익성과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의 위상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산업과 전기차 확산에 따라 핵심 광물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산 거점을 미국 내에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분쟁은 향후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투자 일정과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경영권 이해관계와 해외 투자 전략이 맞물린 만큼, 이번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과 관련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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