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중소기업 40% '직격탄'…수입값 뛰고 대응책도 부족

| 연합뉴스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수행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최근 환율 급등으로 인해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원가 상승과 외화 결제 비용 확대 등이 주요 피해 요인으로 꼽히며, 환율 상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구조가 여실히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2월 22일,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전국의 중소기업 6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변동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수출과 수입을 병행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40.7%가 최근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봤다고 응답한 기업은 13.9%에 그쳤고, 45.4%는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환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수출 전업 기업의 경우 사정은 달랐다. 응답 기업의 62.7%가 환율 급등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23.1%가 이익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피해를 본 기업은 14.2%에 불과해, 환율 변동에 대한 체감도가 수출입 병행 기업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요인은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이었다(81.6%). 이외에도 외화 결제에 따른 비용 증가(41.8%)와 국제 물류비 상승(36.2%)도 주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수입 원자재 비용은 작년에 비해 평균 6~10% 올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37.3%), 1~5% 수준의 상승도 28.1%에 달했다.

문제는 급등한 비용을 상품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다.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의 55%는 원가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환율 변동이라는 리스크에 대비하는 장치조차 갖추지 못한 채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환리스크 관리 수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 87.9%에 달했다.

환리스크 대응 수단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55.9%), 전문 인력 및 관련 지식 부족(33.9%), 또는 적합한 금융 상품의 부재(13.8%)가 주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주요 지원책으로는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 노력 및 물류비 지원(각 35.6%), 원자재 가격 상승분 보전(32.0%) 등이 제시됐다.

한편, 내년 원·달러 환율이 1,450~1,500원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사 응답자의 41.9%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이 경영에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평균 환율은 1,362.6원으로 조사돼, 현재의 환율 수준은 이미 부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탈달러화 흐름에도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높은 환율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수출보다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원가 부담 완화와 납품대금 연동제와 같은 구조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