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내년 성장률 4%대 후퇴…내수·부동산·수출 3중고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된 4% 중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내수 회복의 난항, 부동산 시장 침체 등 복합 요인이 성장률에 제약을 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2025년 12월 22일 발표한 '2026년 중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내년 중국이 올해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5%에 육박하는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주요 구조적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4% 중반에 그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다른 주요 국제 경제기관의 판단과도 유사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중국 성장률을 4.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4%로 각각 예측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또한 내년 중국 성장률을 각각 4.4%, 4.3%로 제시하며 올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이는 중국 경제가 당국의 성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둔화 흐름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내년 중국 경제의 최대 과제로는 '내수 회복'이 지목됐다. 올해 중국 정부는 상품 구매를 지원하는 소비 보조금, 증시 활성화, 노후 제품 교체 장려 등 다양한 내수 자극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 같은 대책들이 소비 심리를 근본적으로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낮은 소득 상승 기대, 고용 불안, 주택 가격 하락 등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또 다른 약점으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목됐다. 수년째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 부진에 대해 한국은행은 유효수요 부족과 미래 고용·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요 회복 동력이 제약받고 있으며, 정부가 시장 기대를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공급 조절로 시장을 방어하고 있지만 분위기 전환을 위한 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중국 성장률을 견인했던 수출 부문도 내년에는 활력을 잃을 전망이다. 고율 관세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구조화된 긴장 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반기에 나타난 '선수출 효과(수출 조기 실행)'가 내년에는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위축이 맞물리면서 중국의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동시에 내수 개선에 따른 수입 증가가 겹치면서 무역수지 흑자 폭은 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중국 경제가 단기적 경기부양책보다는 중장기적인 구조개혁과 소비 기반 확대 없이는 이전처럼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 여력이 점차 약화되는 가운데,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과 불균형 회복 문제는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