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자금세탁방지 역량에 대한 평가체계를 손질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보다 정교한 심사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허술한 관리가 국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금융권 전반의 대응 수준도 재정비가 필요해졌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2월 2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유관기관 16곳과 함께 자금세탁방지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올해 제도이행평가 결과와 이를 보완할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FIU는 “금융회사들이 기본적인 방어 시스템은 잘 갖추고 있지만, 세밀한 추적과 자발적 점검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부분은 고액 현금거래 보고(CTR)나 내부 규정 정비 등 기초적인 관리 수준에서는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의심거래에 대한 추출 기준이나 독립적인 내부 감사를 제대로 시행하는 금융사는 일부에 불과했다. 특히 감사나 점검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찾아 개선한 금융기관은 전체의 22%에 그쳐, 자발적 관리 역량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FIU는 내년도 평가에서는 전문성과 자율성 강화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자금세탁방지 업무 책임자나 독립 감사 책임자가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높은 평가 점수를 부여하고, 금융기관이 선도적으로 자금세탁방지 활동을 펼치면 정성적 평가 항목에서 가점을 부여한다. 반면, 자금세탁 위험요인이 높은데도 관리 수준이 낮은 기관에는 감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 기준과 실제 의심거래 사례 간 연관성을 분석해, 업무 중요도 지표를 네 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아울러 FIU는 최근 자금세탁 경향을 반영해 ‘자금세탁 의심거래 참고유형 사례집’을 3년 만에 개정할 예정이며, 테러자금금지 관련 법령 개정으로 내년 1월 22일부터 시행될 제도 변화도 점검 중이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은 금융회사들의 자금세탁방지 대응 체계를 한층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제 금융규범에 부합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기업의 신뢰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은 내부 인력의 전문성 확보와 자발적 리스크 관리 기반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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