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신용도가 산업별로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면서, 지난해 국내 기업 신용등급은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별 경기 흐름의 차이가 기업 재무 안정성과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1월 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5년에 걸친 전반적인 기업 신용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산업 구조에 따른 신용도 변화가 한층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기업은 17곳에 불과했던 반면, 하향 조정된 기업은 22곳에 달해 하향 조정이 더 많았다. 이는 전체적으로 ‘하향 우위’ 기조가 굳어졌음을 의미한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석유화학과 건설 업종은 세계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변동, 국내 부동산 경기 정체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해당 업종에 속한 다수 기업의 실적이 저하되었고, 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또한 게임과 영화관 등 문화 콘텐츠 산업은 소비 트렌드와 기술의 빠른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약화되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금융 부문에서도 일부 업종이 타격을 받았다.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사는 부동산 경기 약화와 대출 건전성 문제로 수익성이 위축되면서,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른 반면, 수익 창출 여력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전력, 방위산업, 조선, 반도체, 바이오 산업 등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산업 환경 속에 실적이 개선되고 자본 여력이 강화됐다. 생명보험사와 대형 증권사 역시 자본 적정성과 규모가 개선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는 기술 경쟁력, 수출 회복세, 정책 지원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역시 산업 간 양극화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평가정책본부 정승재 실장은 “산업별 업황에 따라 신용도의 K자형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대외 변수인 글로벌 무역환경, 지정학적 긴장,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환율·금리 변동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용등급의 분화는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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