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금융지주 회장 너무 오래 해… 쿠팡은 상도덕 어겨”

| 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연임과 대형 유통 플랫폼의 금융 서비스 운영 방식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금융시장 지배구조와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연속적인 재임에 대해 “차세대 리더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고령화돼 결국 ‘골동품’이 된다”며 금융권 내부의 리더십 순환 부재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이달 중 가동 예정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통해 이사 및 CEO 선임 절차와 임기 등의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더해 이 원장은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이 운영 중인 금융 계열사 ‘쿠팡파이낸셜’의 높은 이자율과 지연 결제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상도 덕에 어긋나는 '갑질'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쿠팡파이낸셜은 판매자에게 일정 기간 뒤에 대금을 지급하면서도 고금리로 운용하는 대출성 자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이 원장은 “이자 산정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본격적인 검사 단계로 전환 중이라고 밝혔다.

쿠팡페이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현재 정보 흐름 및 보호 체계를 면밀히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현행법상 금융당국의 직접 점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서비스만을 담당하는 계열사에 한해 검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를 받도록 법제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 범죄 대응과 관련해선 인지수사권(사법기관의 승인 없이도 혐의를 포착해 수사 개시가 가능한 권한)의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금감원이 직접 사건을 수사하기 전까지 평균적으로 약 3개월이 소요되며, 이로 인해 증거 인멸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포렌식 인력의 부족과 대응 지연도 여러 사건 처리의 걸림돌로 꼽았다.

끝으로 정부 일각에서 논의 중인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에 대해 이 원장은 “금감원은 재정과 조직 면에서 독립성이 미흡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융감독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지정은 오히려 감독 기능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 정부 아래에서 금융 감독의 실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규제 기조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개선, 플랫폼 규제 확대, 수사권 강화 논의 등이 맞물리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제도적 재편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향후 법 개정과 실행 방안에 따라 관련 업계의 사업 운영과 규제 환경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