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 부근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13일 새벽 런던 현물시장에서 금(XAU/USD)은 온스당 4944.4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종가 4921.96달러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한 수준으로, 이달 초 기록한 5100달러 안팎 고점에서 다소 조정을 거친 뒤 여전히 높은 레벨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시각 은(XAG/USD)은 온스당 76.23달러로, 전날 75.32달러에서 소폭 오른 상태다. 최근 며칠간 금과 은 모두 하루 변동 폭은 컸지만, 전반적으로 고가권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는 흐름으로 나타난다.
최근 일별 흐름을 보면 금과 은의 성격 차이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금은 이달 3일 이후 5000달러선을 여러 차례 상회했다가 12일 4921.96달러로 내려왔고, 이날 다시 4940달러대에 머물며 비교적 안정적인 박스권을 형성하는 양상이다. 이에 비해 은은 80달러 중반에서 90달러선까지 올랐다가 5일과 6일 장중 60달러 중반까지 밀리는 등 변동성이 훨씬 컸다. 금이 중앙은행과 투자자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반면, 은은 귀금속이면서 동시에 태양광·전자·화학 등 산업 수요 비중이 커 경기 기대와 공급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ETF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비슷하게 반영되고 있다. 대표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는 3일 454.29달러에서 11일 467.63달러까지 올랐다가 12일 451.39달러로 되돌림을 보였다. 금 현물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 근처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ETF 가격 역시 단기 조정을 거치며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은 ETF인 iShares Silver Trust(SLV) 역시 3일 76.96달러에서 9일 76.04달러까지 반등했다가 12일 67.71달러로 다시 밀리며, 현물 가격보다 다소 큰 폭의 조정을 경험했다. ETF 가격에는 실물 수급뿐 아니라 차익 실현, 레버리지 거래 등 금융 투자자의 심리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흐름이다.
배경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미국의 금융 제재 강화 등 구조적 요인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2년 11월부터 18개월간 공격적으로 금을 사들인 데 이어, 작년 5월 이후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가 12월부터 다시 매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중국 전 경제 주체의 금 수입량은 약 2800톤에 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보유량의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중국·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금융 제재가 강화되면서, 여러 중앙은행이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을 대체 수단으로 늘리는 흐름이 가격 형성의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보호무역 정책 우려가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을 키우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달러의 ‘무기화’에 대비한 준비 자산으로 금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함께 제기된다.
현물 가격과 ETF 흐름을 비교하면 실물 시장과 금융 시장의 반응 차이도 나타난다. 이달 들어 금 현물은 5000달러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면서도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움직였지만, GLD는 440달러대 중반까지 내려가는 등 조정 폭이 다소 컸다. 은 역시 현물과 SLV 모두 변동성이 컸지만, 거래량이 많은 ETF 쪽에서 단기 매매가 집중되며 하루 낙폭과 반등 폭이 더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실물 금·은 시장은 공장·보석업체·중앙은행 등 실수요자의 매입·매도에 의해 조정되는 반면, ETF는 파생상품과 연계된 단기 자금 흐름이 가격 변동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방어적·안전자산 선호 성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격 부담과 단기 차익 실현 움직임이 맞물려 혼조 국면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금 매입은 금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사상 최고가 부근에 도달한 이후에는 단기 조정과 매물 소화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 퍼져 있는 모습이다. 은 시장에서는 산업 수요와 경기 전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국가별 전략 차이도 눈에 띈다. 미국·독일·이탈리아·러시아·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대규모 금 보유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국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금 비중을 서서히 확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금 가격 변동성, 낮은 유동성, 이자 수익 부재 등을 이유로 공격적인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 금 보유 확대가 미국 제재 대상국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국내 통화당국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으로 함께 언급된다.
금과 은은 금리, 환율, 정치·지정학 변수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자산으로, 중앙은행 정책 변화나 주요국 갈등 심화, 새로운 제재 조치, 무역 정책 불확실성 등에 따라 단기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처럼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구간에서는 작은 뉴스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특성을 전제로 가격 흐름을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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