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가시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에너지 가격 안정과 향후 통화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1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 서명 이후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운송·보험 서비스 제재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가 양국 갈등 해소를 위한 인센티브 성격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해각서에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 조항을 명문화했으며, 핵무기 개발 시 재앙적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 펀드 조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원은 각국 정부가 아닌 이란 자원 산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레바논 문제와 관련해 책임 있는 행동을 요청했다.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종전 양해각서 서명 이후 60일 동안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이란 언론은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 절차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긴장 완화가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감과 차익실현 매물 영향으로 하락했다.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0.57% 하락했다. 반면 유럽 Stoxx600지수는 중동 종전 합의와 은행·서비스 업종 강세에 힘입어 0.25% 상승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13%, 코스피는 2.11% 상승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지수가 99.55로 0.08%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16% 상승했고 엔화 가치는 0.06% 하락했다. 원·달러 1개월 NDF 종가는 1508.6원을 기록했으며 스왑포인트를 감안한 환율은 1509.9원으로 집계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가 반영되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44%로 3bp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도 2bp 내린 2.93%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6bp 상승한 2.64%를 나타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22bp로 강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변동성지수(VIX)는 16.41로 1.30% 상승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78.96달러로 5.06% 급락했다. 금 가격은 0.45% 오른 4331.2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원유 거래가 7월 말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에서 7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국 경제 상황도 엇갈렸다. G7 정상들은 재정 건전성 악화 대응 강화와 대러시아 제재 협의를 강조했다. 또한 Anthropic의 첨단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 한해 접근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추가 대러 제재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5월 주택착공은 연율 기준 117만7000건으로 전월 139만2000건 대비 크게 감소하며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높은 모기지 금리와 수요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건설허가도 141만3000건으로 전월보다 감소했다. 5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7% 상승해 2022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AI 관련 제품 가격 상승이 반영됐지만 중동 종전 합의로 향후 상승세는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UBS는 6월 FOMC가 종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향후 물가 흐름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다소 매파적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유가 상승의 잠재적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내안보총국은 기술 독립 강화를 위해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자국 기업과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6월 ZEW 경기기대지수는 10.5를 기록해 전월 -10.2에서 큰 폭 개선됐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는 소비 둔화가 확인됐다.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하며 3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보조금 축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산업생산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4.5% 증가하며 전월보다 성장세가 강화됐다.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이 되는 익일물 무담보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1.0%로 결정했다. 물가의 기조적 상승 가능성을 반영한 조치다. BOJ는 내년 3월까지 기존 장기국채 매입 감액 계획을 유지하고 이후 월 2조엔 규모 매입을 지속하기로 했다.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예상에 부합했으며 강한 매파 신호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중동 종전 합의가 채권시장보다 주식시장에 더 큰 수혜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와 AI 관련 수요가 여전히 강해 국채금리 하락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S&P500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0% 증가하는 등 기업 실적이 견조해 주식시장 낙관론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합의 수용이 정권교체 같은 이상주의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현실주의 노선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서도 미국 영향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동맹국과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중동전쟁 기간 석유 수입량을 조절하며 유가 충격을 완화하는 '스윙 임포터'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무역전쟁에 나설 경우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스페인이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고 희토류와 원자재 공급망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U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FT는 중동전쟁 종식이 글로벌 경제와 기업이익 회복력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분쟁의 최대 수혜자로 자금 확보 여력이 커진 이란 정부와 위험이 감소한 주식시장을 꼽았다. 아울러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는 시장 예측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며, 미국의 첨단 AI 모델 접근 제한은 중국 기업들에 반사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금 보유분의 본국 송환과 보관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장은 이날 개최되는 6월 FOMC와 미국 5월 소매판매, 유로존 및 영국의 5월 소비자물가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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