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계열사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중앙일보 회사채까지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이 비우량채를 중심으로 긴장하는 분위기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전날 상장 회사채 4개 종목인 ‘중앙일보43-2’, ‘중앙일보46’, ‘중앙일보47’, ‘중앙일보51’에 대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기한이익상실은 채무자가 원래 만기 전까지는 상환을 미룰 수 있는 권리를 잃고, 채권자가 만기와 관계없이 즉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중앙일보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부여한 신용등급이 직전 등급보다 한 단계 이상 떨어진 점이 해당 사유라고 설명했다. 이들 4개 채권의 잔액은 총 1천370억원이다.
이번 등급 하향은 중앙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표면화한 데서 비롯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5일 중앙일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낮추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으며,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B+에서 C로 내렸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하고 등급감시목록 하향검토 대상에 포함했다. 앞서 12일에는 JTBC가 만기가 돌아온 유동화 채무인 전자단기사채 206억원을 갚지 못했고, 이후 중앙홀딩스, JTBC,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5개 사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의 상환 차질이 모회사인 중앙일보의 신용도까지 빠르게 흔든 셈이다.
시장 관심은 이번 사태가 개별 그룹 문제에 그칠지, 아니면 채권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번질지에 쏠려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중앙그룹의 회사채 잔액은 8천243억원,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를 합한 단기자금 잔액은 1천979억원으로 모두 1조222억원이다. 중앙일보와 JTBC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8곳의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총 1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특정 기업에 빌려주거나 보증하는 등 신용을 제공한 전체 규모를 말한다. 다만 전체 시장과 비교하면 비중은 크지 않다. 지난 15일 기준 국내 일반 회사채 잔고는 약 272조원이고, 이 가운데 중앙그룹이 속한 BBB0급 이하 잔액은 1조3천300억원으로 전체의 0.48% 수준이다. 중앙그룹 회사채 비중만 따지면 약 0.3%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시장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면서도, 하위등급 채권의 자금조달 환경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승재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전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중앙그룹 사태가 채권시장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BBB0급 이하 회사채 시장은 원래도 거래와 자금 유입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어서, 이번 사건이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최근 제이알글로벌리츠 채무불이행에 이어 하위등급 채권 문제 사례가 잇따르면서, 비우량채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위험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불안한 자산을 사기 위해 더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뜻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대형 시장 충격보다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대한 선별적 경계심을 키우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용등급이 A급 이하인 기업이나 계열 지원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 온 기업들은 앞으로 시장에서 더 엄격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우량채에는 자금이 몰리는 반면 비우량채는 발행 자체가 더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