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앞세워 통화정책의 방향을 긴축 쪽으로 돌리면서, 한미 양국이 다시 나란히 금리 인상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지만, 시장은 이번 결정을 사실상 인상 예고에 가까운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동결이지만, 새로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의 중간값이 기존 3.4%에서 3.8%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목표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고, 중동 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 같은 공급 충격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 흐름도 예상보다 견조하다고 평가해, 물가를 잡기 위한 추가 긴축 여지를 남겼다.
미국 통화정책의 이런 변화는 최근 몇 달 사이 물가 전망이 다시 나빠진 데 따른 것이다. 연준은 핵심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상승률이 올해 말 3.6%에 이를 것으로 봤는데, 이는 지난 3월 전망치 2.7%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이번 회의를 주재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정책 결정문이 현재 파악한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와 별개로, 연준이 물가를 더 중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중동 정세 충격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개선, 임금 상승이 겹치면서 물가를 밀어 올릴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안팎,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역시 예상보다 버티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6%로 제시했고,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더 강해지면 3.1%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사실상 예고해 왔다. 그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성장, 환율, 부동산을 함께 봤을 때 정책 방향이 분명하다고 밝혔고, 이달 1일 국제콘퍼런스 정책 대담과 지난 12일 창립 제76주년 기념사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해 늦지 않게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7명 중 2명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서도 대부분이 인상 쪽에 표시된 점을 감안하면, 내부 기류 역시 이미 긴축 쪽으로 기운 상태로 읽힌다. 다음 달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13일 이후 3년 6개월 만이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조정이 단순히 물가 대응에 그치지 않고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한국이 연 2.50%, 미국이 연 3.50∼3.75%로 미국 상단 기준 1.25%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국이 연내 두 차례, 미국이 한 차례 금리를 올리면 격차는 1.00%포인트로 다소 줄어든다. 한미 금리 역전은 2022년 7월부터 사실상 이어져 왔고, 이는 외국인 자금 흐름과 원화 약세를 설명하는 한 요인으로 자주 거론돼 왔다. 한국은행도 최근 의사록에서 금리차 축소가 원화 약세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1,560원대에 근접했다가 최근 1,500원 초반대로 내려왔는데, 앞으로 금리 인상 경로가 현실화하면 환율 안정 기대도 다시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물가와 환율, 자본 유출입을 함께 고려하는 한미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속에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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