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026년 6월 들어 평균 1,521.4원까지 오르면서 외환위기 직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9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521.4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998년 2월 1,626.7원 이후 28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환율이 높았던 2009년 3월의 월평균 1,453.3원보다도 약 70원 높은 수준이어서 최근 원화 약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보여준다.
최근 흐름은 단순한 일시적 급등으로만 보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1,500.8원을 기록한 뒤 이달 19일까지 2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렀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30일부터 1998년 3월 13일까지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지난 3월 중동 전쟁 발발 직후에도 월평균 환율은 1,492.5원으로 1,500원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상승은 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는 쪽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화의 실질 가치도 함께 약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5월 원화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4.75로, 한 달 전보다 0.32포인트 낮아졌다. 실질실효환율은 여러 교역 상대국 통화를 함께 반영해 원화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 수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실질적으로 더 약해졌다는 뜻이다. 5월 지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79.31 이후 17년 2개월 만의 최저치로, 명목 환율뿐 아니라 체감 가치 측면에서도 원화 약세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미국 통화정책과 중동 정세, 자금 흐름 변화가 한꺼번에 얽혀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6월 18일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이유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는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9일 장중 101.123까지 올라 2025년 5월 16일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 논의가 실무 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까지 겹치면서 지정학적 불안이 다시 커졌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수요가 늘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외국인 자금 이탈도 원화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6월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20조2천123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고, 이달에만 20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36.27%에서 이달 19일 41.03%로 높아졌는데, 이는 외국인이 많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라 지분 가치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지연,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 확대,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겹치면 1,500원대 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금리 경로와 중동 정세가 뚜렷하게 안정되기 전까지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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