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공적 자산운용기관에서 인공지능 도입이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직원이 인공지능의 결과를 해석하고 검증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일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2026년 7월 5일 세계은행 재무국과 함께 발간한 '공적 자산운용기관의 AI 도입과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입문서'에서 이런 변화를 설명했다. 여기서 공적 자산운용기관은 중앙은행, 국부펀드, 공적 연기금처럼 국민 자산이나 외환보유액을 맡아 굴리는 기관을 뜻한다. 민간 금융회사와 달리 안정성과 공공성이 특히 중요해 새로운 기술을 들일 때도 수익성뿐 아니라 통제 체계와 책임 문제가 함께 검토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운용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크게 두 갈래로 활용된다. 하나는 생산성 향상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전략 지원이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데이터 추출 자동화나 보고서 초안 작성처럼 반복 업무를 줄이는 데 쓰이고, 투자 부문에서는 시장 정보 분석, 포트폴리오 구성, 거래 실행 등 보다 핵심적인 운용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술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사람이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를 걸러내고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도입 속도는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개별 부서 차원을 넘어 기관 전체가 함께 쓰는 통합 인공지능 모델을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전사적 전략을 갖춘 기관은 약 16%에 그쳤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운용에 인공지능을 실제 도입한 경우도 12% 수준이었다.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대외 지급 능력과 금융시장 안정에 직결되는 자산인 만큼, 작은 오류도 허용하기 어려워 기술 도입이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런 낮은 비율의 배경으로 읽힌다.
한국은행은 이런 이유로 '책임 있는 인공지능 도입'을 특히 강조했다. 인공지능 활용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 구조와 내부 통제 원칙을 먼저 세우는 거버넌스 과제라는 뜻이다. 이를 위한 기본 틀로는 명확한 비전과 강한 리더십의 참여, 인공지능 정책과 규범 같은 전략적 기반, 인프라와 조직 문화 정비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인공지능 도입이 이제 선택이 아닌 전략적 필수 요소라고 평가하면서도, 각 기관이 자신들의 여건에 맞춰 실현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따져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공적 자산운용기관이 기술 경쟁력 확보와 위험 통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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