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는 9일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한때 전 구간에서 올랐지만,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와 한국은행의 긴축 강도에 대한 시장 해석이 겹치면서 상승폭을 줄인 끝에 만기별로 등락이 엇갈린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778%에 마감했다. 10년물은 0.5bp 상승한 연 4.250%를 기록했다. 반면 2년물은 0.3bp 내린 연 3.656%로 마쳤고, 5년물은 1.7bp 오른 연 4.016%였다. 20년물은 연 4.431%로 전날과 같았고, 30년물은 0.1bp 하락한 연 4.459%, 50년물은 보합인 연 4.351%였다. 장중에는 3년물과 10년물이 각각 3.813%, 4.282%까지 오르기도 했다.
오전 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 소식이 시장을 흔들었다. 지정학적 충돌이 커지면 국제 유가가 뛰고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런 상황은 통상 채권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기존 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져 금리가 오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이날 3년 국채선물을 1만7천725계약, 10년물을 7천553계약 순매도하며 초반 금리 상승 흐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오후 들어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8일 이란이 접촉해왔으며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양측 충돌이 더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간밤 배럴당 76달러를 넘었던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은 73달러 수준으로 내려왔고, 아시아 장에서 미국 국채 금리도 1bp 안팎 하락세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가 진정되면 물가 우려도 일부 완화될 수 있어 국내 채권시장 역시 오전의 긴장감을 다소 덜어냈다.
국내에서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는 재료로 작용했다. 신 총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빅스텝, 즉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가능성에 대해 일반적인 원칙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당장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발언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도 오전에는 미국과 이란 충돌 여파로 금리가 올랐지만, 오후에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따른 유가 하락과 한국은행 총재 발언 영향으로 상승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채권시장은 대외 변수와 통화정책 기대가 짧은 시간 안에 번갈아 가격에 반영된 하루로 정리된다. 중동 정세와 국제 유가가 다시 불안해지면 금리 상방 압력은 재차 커질 수 있지만, 한국은행이 실제로 얼마나 강한 긴축에 나설지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유지된다면 단기물 중심으로 변동성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지정학적 뉴스와 중앙은행 발언이 맞물리며 만기별 금리 방향을 갈라놓는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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