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개인투자자 손실부터 기업 자금조달, 취약차주 상환 부담, 금융회사 건전성까지 전반적인 위험 관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이찬진 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 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 대출금리와 회사채 금리 같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인 만큼,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을 높이고 자산시장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이번 조치는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나온 통화 긴축 결정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은 이번 금리 인상이 시장 예상 범위 안에 있었지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흔들림이 큰 상황에서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같은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가가 급하게 흔들릴 때 신용융자나 미수거래를 활용한 개인투자자는 반대매매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메우지 못할 때 보유 주식이 강제로 팔리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증권사별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추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각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기업과 취약차주에 대한 점검 지시도 함께 나왔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이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자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 등 금융회사를 통해 필요한 자금이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도록 지원하라고 했다. 동시에 중·저신용자, 영세 소상공인, 취약기업처럼 금리 상승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계층의 상환 부담도 점검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단순히 대출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은행권이 생산적·포용금융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 의도가 담겨 있다. 생산적 금융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고, 포용금융은 신용이 낮거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는 것을 뜻한다.
금융회사 자체의 체력 관리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금감원은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부실이 커질 경우 금융회사 건전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연체채권을 미리 정리하는 등 선제적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중소형 금융회사의 경우 시장 불안이 커지면 자금 사정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어 유동성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미리 자금 여력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일부 보험사에는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축소도 요구했다. 듀레이션 갭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가 어긋나는 정도를 뜻하는데, 금리가 오를 때 이 차이가 크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아울러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체제에 맞춰 환율과 거래량, 금융회사의 외화 조달과 운용 상황도 상시 점검하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국내 실물경제의 회복 흐름이 금융권 전반으로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관계기관 간 공조를 강조했다.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 수단이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과 취약 부문에 부담이 먼저 쏠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는 기준금리 인상의 후속 충격이 주식시장, 기업 자금시장, 취약차주 연체율, 보험사와 중소형 금융회사 건전성으로 어떻게 번지는지가 핵심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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