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올해 상반기 불법 외환거래 792건, 7조2천억원어치를 적발하면서 고환율 국면에서 외화 유출과 외화 미회수 문제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청은 27일 고환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화 유동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불법 외환거래를 집중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불법 거래가 의심되는 50개 업체를 상대로 진행됐다. 단순히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행위만 본 것이 아니라, 국내로 들어와야 할 외화를 들여오지 않거나 외환 당국의 감시를 피하는 방식까지 함께 들여다봤다는 점이 특징이다. 외화 유동성은 해외와의 거래에 필요한 달러 같은 외화를 시장에서 원활히 조달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 흐름이 흔들리면 환율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불법 수법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국내 여신기관에서 빌린 자금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뒤, 거기서 얻은 차익을 관계 법령에 따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 숨긴 재산도피 사례가 확인됐다. 또 소액 해외송금업자가 여러 개의 가상계좌를 발급해 연간 총 송금 한도를 넘겨 2조5천억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로 보낸 경우도 적발됐다. 수사 결과 이 자금 가운데 일부는 보이스피싱과 도박 등 범죄자금과 연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거래를 가장해 외화를 빼돌리거나, 가상자산을 이용해 자금 흐름을 가리는 방식도 확인됐다. 일부 업체는 수출대금을 법정 지급수단이 아닌 가상자산 등으로 받아 900억원 상당의 달러를 국내로 반입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받아야 할 매출채권을 국내로 회수하지 않은 채 신고 없이 해외 투자에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행위는 단순한 신고 누락을 넘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국내 금융시장으로 들어오지 않게 만들어 외환 수급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관세청은 환치기와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무역결제까지 단속 범위에 넣어 외환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고환율이 우리 경제의 부담을 키우는 핵심 리스크인 만큼 외화 불법유출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큰 시기일수록 외화 유출과 미회수에 대한 감독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전통적인 불법 송금뿐 아니라 가상자산과 우회 결제수단을 이용한 신종 외환거래까지 감시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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