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반독점 판결·AI 혁신에 주목…샌드소프트, 글로벌 게임 전환점 진입

| 김민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점으로 한 모바일 게임사 샌드소프트(Sandsoft)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페르난데즈 레메살(David Fernandez Remesal)은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게임스컴 라탐’ 행사에서 열린 대담에서, 글로벌 모바일 게임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와 함께 자사의 전략 방향을 공유했다. 특히, 그는 애플의 반독점 판결로 인한 플랫폼 정책 변화와 AI 도입이 모바일 게임사의 성장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레메살 CEO는 이번 행사에서 애플이 앱 내외부에서 개발자들의 가격 비교 및 외부 결제 유도 행위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법원의 최근 판결에 주목했다. 그는 “이제는 개발자들이 자사 웹상점(web shop)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에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고, 이에 대해 사용자에게 직접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단순한 수익 개선을 넘어 소비자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런 웹상점 전략은 몇몇 개발자들에게 매출 10~16% 증가 효과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샌드소프트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자체 모바일 게임 포트폴리오의 상업성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사우디, 스페인, 핀란드, 중국, 프랑스에 걸쳐 100명의 인력을 운영 중이며, 중핵 시장 중 하나로 떠오른 ‘미드코어(midcore)’ 장르를 중심으로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병행하고 있다. 모바일에 주력하되, 크로스플랫폼 운영도 검토 중이다.

한편, 샌드소프트는 게임 산업의 변곡점으로 부상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활용에도 주력하고 있다. 초기에는 광고 제작과 NPC(Non-Playable Character) 생성에 AI를 적용했으나, 최근에는 코드 리뷰나 레벨 디자인, 콘텐츠 실험에도 AI를 도입해 효율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중이다. 레메살 CEO는 “현재는 10명이 해야 할 작업을 1~2명이 AI의 도움을 받아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콘텐츠 제작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레메살은 “샌드소프트는 아직 채 성숙하지 않은 사우디 내 게임 인재 기반을 점진적으로 육성하면서도, 글로벌 유저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우디 고유의 신화나 문화를 테마로 한 게임을 전 세계에 선보일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그는 “이를 위해선 현지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AAA급 품질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력 확보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글로벌 모바일 게이머층은 Z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진화 중이며, 이는 게임 소비 형태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짧은 호흡의 콘텐츠 선호, 짧은 세션 시간, 감정 반응 중심의 몰입 형태 등 △새로운 이용자 패턴에 맞춘 UX 개발과 △지역별 콘텐츠 개인화가 동시에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샌드소프트는 현재 6종의 게임을 시장에 내놓은 상태이며, 캔디 크러시 사가와 버블 위치 사가 개발 경험이 있는 레메살 CEO 주도로 첫 자체 개발작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뒤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전반에 대한 그의 견해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시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모바일 게임 개발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단연 중국”이라며, 그 외에도 유럽과 미주, 라틴아메리카 일부 국가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지역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5년 전 브라질이 그랬던 것처럼,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평가했다.

레메살 CEO는 마지막으로 “현재 플랫폼 생태계는 애플과 구글이라는 두 거대 기업에 의해 지나치게 지배돼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애플에 대한 법원 판결은 단지 기술 산업의 반독점 사례를 넘어서, 개발자와 소비자 간 ‘직접 연결’이라는 근본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