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넷플릭스 모델' 도입이 미래 좌우한다…광고 기반 요금제 주목

| 김민준 기자

게임 산업의 두 자릿수 고성장이 막을 내렸지만, 시장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스비트 서밋(GameBeat Summit) 2025'에서는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열띤 논의를 벌였다.

행사에 참여한 마이클 팩터(Wedbush Securities 전무), 캐털린 알렉산드루(행동경제학자), 리스 엘리어트(Alinea Analytics 마켓 조사 책임)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와 새로운 확장 기회를 중심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팩터는 현재의 게임 산업을 1960년대의 영화·TV시장에 빗대며, 접근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극장과 TV가 콘텐츠 소비의 유일한 통로였지만, 오늘날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이 그 경계를 허물었다는 것이다.

팩터는 "게임 산업은 이제 광고 기반 모델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면서 "아직 시장에서 완전히 검증된 접근은 아니지만, 실현된다면 시장 폭발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적인 예로 넷플릭스의 광고 기반 요금제를 들었다. 해당 요금제는 출시 이후 전 세계 7,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팩터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역시 Xbox 게임 패스에 광고 기반 요금제를 추가해 낮은 가격으로 더 넓은 가입자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금제가 월 7.99달러 수준이면 현재보다 두 배 이상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패스에 자사 인기 모바일 게임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캔디 크러쉬, 디아블로 이모탈, 콜 오브 듀티 모바일 등 높은 사용자 기반을 가진 게임들을 활용하면 서비스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구상이 실현되지 않는 것은 창의적인 리더십의 부족 때문이라는 발언도 뒤따랐다.

"기존 경영진이 관성적으로 운영한다면 게임 패스는 넷플릭스에 뒤처질 것이다. 젊고 발상의 전환이 가능한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히려 나는 넷플릭스가 이길 거라고 본다"고 말해 청중의 공감을 얻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최근 몇 년간 여러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하고 자사 플랫폼에 캐주얼 게임 콘텐츠를 추가해왔다. 아직 콘솔이나 PC 기반의 고사양 게임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개발사 친화적인 수익 배분 모델을 도입할 경우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게임 패스나 넷플릭스식 모델이 게임 소비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리스 엘리어트는 "한 달에 수십 곡의 음악이나 수 시간 분량의 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와 달리, 게임은 플레이 시간이 길어 소비량 자체가 제한적"이라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게임 접근성과 전환 비용을 언급한 알렉산드루 역시 "스팀과 같은 플랫폼에 방대한 보유 게임이 있는 사용자가 굳이 다른 요금제 플랫폼으로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진정한 킬러 플랫폼이 되려면, 기존 사용 습관의 장벽을 넘는 '플라이휠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시장 지배력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넷플릭스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 패널에서는 실시간 서비스 게임의 미래, AAA급 게임 제작비 증가, 닌텐도 스위치2와 GTA6의 시장 파급력 등 향후 산업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여러 이슈도 함께 다뤄졌다. 게임 시장이 새로운 성장을 꾀할 수 있는 해법이 전통 방식을 벗어난 '다른 생각'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