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동부 해안의 허름한 호텔을 무대로 펼쳐지는 'There Are No Ghosts At The Grand'는 공포와 음악,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얽힌 1인칭 내러티브 기반 어드벤처 게임이다. 신생 게임 스튜디오 프라이데이 선데이(Friday Sundae)의 데뷔작으로, 퍼블리셔 널 게임스(Null Games)와 손잡고 Xbox 쇼케이스에서 첫선을 보였다. 출시 시점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으며, 80년대 펑크 음악의 향취와 함께 근사한 스토리텔링을 예고하고 있다.
게임의 배경은 주인공 크리스 데이비드가 생전 연락 한번 없었던 아버지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은 낡은 호텔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되어 호텔을 개보수하고 아버지의 실종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쳐 나간다. 공구를 활용해 각종 시설을 수리하고, 손님을 위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물론, 주민들과의 관계를 통해 숨은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게임은 '시뮬레이션'이라기보다는, 내러티브 중심의 모험극이다. 새 유저가 방 하나를 꾸밀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와 비밀이 열린다. 등장인물들 또한 범상치 않다. 전쟁의 상흔을 지닌 관리인, 가족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이웃들, 그리고 'Mr. Bones the Bastard'라는 이름의 고양이까지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다린다. 이야기 속 다양하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기 호텔의 과거와 연결돼 있으며, 플레이어가 객실을 하나씩 개방하면 숨겨진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 듯 펼쳐진다.
게임의 음악 측면도 독특하다. 단순한 배경음이나 삽입곡이 아니라, 제작진이 직접 만든 밴드 '더 콘시에르지(The Concierge)'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작곡된 오리지널 펑크 음악이 흐른다. 이는 게임의 분위기와도 맞물려, 단조로운 공포 게임의 한계를 넘어서는 감성적 몰입을 선사한다.
리노베이션은 단지 공간을 꾸미는 데 머물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낡은 벽지를 벗기고, 가구를 폭파시키며 새로운 페인트를 뿌리는 등 파괴와 창조를 반복한다. 또 꽃을 심거나 정원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단서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낮 동안에만 이뤄지며, 밤에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게임은 '킹스우드 온 씨(Kingswood On Sea)'라는 가상의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플레이어는 작은 마을을 자유롭게 탐험하며 미니 골프장, 해변, 심지어 낚시용 보트까지 다양한 사이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해저에 감춰진 단서나 보물지도를 따라가 해결해야 할 퍼즐도 준비돼 있다. 이처럼 게임은 열린 세계와 닫힌 공간을 넘나드는 구조로 짜여졌다.
연출을 맡은 애닐 글렌데닝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루이지 맨션과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처음 이사 간 집에서 느끼는 묘한 공포감과 익숙해진 공간이 갑자기 낯설게 변하는 감정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없는 주인공의 일부 행동은 불신의 씨앗을 심는다. 즉, 서사적으로 주인공 역시 믿을 수 없는 인물로 설정돼 있어, 화자와 플레이어의 신뢰 관계 자체가 미스터리의 일부로 기능한다.
프라이데이 선데이의 첫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세계관 구성과 다양한 장르적 결합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남은 시간은 단 30일. 그 안에 호텔을 복원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단, 누군가 “그랜드 호텔엔 유령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