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현실, 게임이 되다… ‘테이크 어스 노스’ 킥스타터 도전

| 김민준 기자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의 현실을 다룬 게임 ‘테이크 어스 노스(Take Us North)’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게임은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는 여정을 중심으로 이들의 내밀한 삶과 고난, 그리고 생존을 그린 어드벤처 생존 장르로,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까지 1만 2,000달러(약 1,700만 원)를 모금했으며, 30일 이내에 3만 달러(약 4,300만 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개발사 애니마 인터랙티브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디 게임 스튜디오다. CEO 카를라 레예스는 과테말라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인물로, 게임이라는 매체가 문화적,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믿는다. 이 게임은 실제 이민 여정을 재현하고자 멕시코 노갈레스의 이민자 보호소 ‘카사 데 라 미세리코르디아’에서 진행한 인터뷰와 사막 트레일 재탐사 등의 자료조사를 통해 탄생했다.

테이크 어스 노스는 국경을 넘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중심으로 하며, 게임 속 플레이어는 이민자 안내인의 입장에서 그룹을 안전하게 인도해야 한다. 배경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이민 경로 중 하나인 소노란 사막이며, 게임은 치명적인 환경, 국경 순찰대, 식량과 식수 부족 등 수많은 장벽을 회피·극복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플레이어는 이를 통해 이민자들의 육체적 고통과 정서적 갈등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여정 중 등장하는 이야기 속 휴식 장면은 단순한 플레이 요소를 넘어서, 집을 떠나온 이들의 상실감, 희망, 두려움이 교차되는 장면으로 설계됐다. 사막 외에도 멕시코 전역을 가로지르는 화물 열차 ‘라 베스티아’나 콜롬비아-파나마 국경지대의 정글 ‘다리엔 갭’ 등 다양한 이민 경로가 향후 게임에서 구현될 예정이다. 이처럼 광범위한 지리적 설정은 게임의 사실성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프로젝트에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영국, 미국 등 15개국 이상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 작가, 리서처,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MSFT), 시네리치, 클레버 엔데버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또 유엔 본부에서 열린 게임&SDGs 정상회의, GDC, 런던 게임 페스티벌, 트라이베카 등 유수의 게임 행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테이크 어스 노스는 단순히 정치 논쟁에 소비되는 이민자 문제를 넘어서, 플레이어가 이들의 입장과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애니마 인터랙티브는 세계 곳곳에서 이민을 직접 경험한 피난민 출신 컨설턴트, 이민학자, 인류학자 등과 협업하고 있으며, 이민자 권리 단체와도 긴밀히 협력 중이다. 실제로 현지 쉼터와 구조 단체와의 파트너십은 게임의 현실성을 더하는 동시에, 해당 커뮤니티에의 직접적인 지지로도 연결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애니마는 단지 감동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민과 인권에 대한 공공 담론을 확장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도주의적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테이크 어스 노스는 게임의 힘을 통해 사회 변화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야심찬 실험이자, 인디 게임의 사회적 책임을 새롭게 제시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