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도 눈에 띄는 흥행 성과를 낸 개발자들에게 오너나 최고경영자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 중심의 성과보상 구조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 내 인적 자산에 대한 가치 인식이 재조명되고 있다.
14일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대표작 ‘배틀그라운드(PUBG)’의 전세계 흥행을 주도한 장태석 총괄 프로듀서에게 급여 약 4억3천만 원과 상여금 약 53억 원 등 총 57억3천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는 같은 기간 김창한 대표(약 39억 원),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약 35억 원)보다 높은 수준이며, 크래프톤 내 최고액 보수 수령자에 해당한다.
장태석 프로듀서는 초기 지노게임즈 시절부터 김창한 대표와 함께 PUBG 제작에 참여해왔다. 게임 내 세계관을 확장한 플랫폼 'PUBG 성수' 개장 등 브랜드 영향력 강화를 주도하면서 크래프톤 내 핵심 개발 인물로 자리매김해왔다. PUBG 시리즈는 꾸준한 글로벌 매출을 기록하며 현재도 회사의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게임사들도 흥행 작품 개발자를 중심으로 보상 체계를 유연하게 운용하고 있다. 넷마블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흥행을 이끈 권영식 넷마블네오 대표에게 상반기 보수 15억8천만 원을 지급했다. 이는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의 동기간 보수액(약 12억6천만 원)보다 많은 수치로, 개발 책임자가 오너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구조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외에도 넥슨게임즈는 ‘퍼스트 디센던트’를 개발한 이범준 PD에게 11억5천만 원, 네오위즈는 ‘P의 거짓’의 핵심 개발자인 박성준 본부장과 최지원 실장에게 각각 약 6억 원에 가까운 보수를 지급했다. 시프트업도 ‘스텔라 블레이드’와 장기 흥행작 ‘승리의 여신: 니케’의 성공에 기여한 중견 임원들에 대해 5억 원 이상 수준의 보상을 책정했다.
반면, 체질 개선에 나선 엔씨소프트는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의 보수 지급 규모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상반기 김 대표는 19억8천만 원을 수령했는데, 2020년 상반기 133억 원 대비 15%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김 대표의 보수는 2021년 94억4천만 원에서, 2022년 57억7천만 원, 2023년 26억4천만 원, 2024년 22억9천만 원 등으로 지속 감소해 왔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사,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 조직 슬림화를 위한 경영 전략과 관련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이번 보수 지급 양상은 게임 산업이 다른 문화콘텐츠 산업보다 훨씬 더 성과 중심적이고, 개발자 개인의 역할과 책임 비중이 높은 구조임을 다시금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히트작의 성공 여부에 따라 개인 개발자에게 보상이 집중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개발자 영입 경쟁이나 고급 인력에 대한 연봉 상한선 논의도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