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 CEO, 국회서 애플·구글 수수료 작심 비판…“한국도 제동 걸어야”

| 연합뉴스

에픽게임즈의 최고경영자가 국내 국회를 찾아 애플과 구글의 앱 수수료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국도 미국 사법부처럼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행위에 적극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앱마켓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미국에서의 판결 사례를 들며, 애플과 구글이 제3자 결제 방식에도 30%에 가까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법원이 올해 4월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7%의 수수료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실을 인용하며, "같은 행위가 한국에서는 마땅히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애플과 구글이 인앱 결제(앱 내 자체 결제 시스템)만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당시 이 법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며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모범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두 기업이 법망을 우회해 외부 결제에도 유사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자,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실제로 국내 앱 개발업계는 여전히 높은 수수료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실련 정보통신위원회 김호림 부위원장은 "지난 10년간 국내 모바일 게임사가 벌어들인 수익의 약 28.5%가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로 빠져나갔다"며, "수수료 부담을 현실적으로 10%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근거로, 에픽게임즈의 미국 소송 사례 및 내부 자료를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픽게임즈는 대표 게임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회사로, 애플과 구글의 폐쇄적인 앱 생태계에 맞서 수년간 법적 투쟁을 벌여왔다. 팀 스위니 CEO는 이번 간담회에서 미국에서 얻은 소송 성과를 세계 시장에 공유하고, 각국이 독립적인 법적 판단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애플의 수수료 책정은 서비스 품질이나 기술적 기준과는 무관하며, 단지 징수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설정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관련 정보를 한국에 최대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앱 정책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한국 역시 개발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설 시점"이라고 밝혔다.

에픽게임즈의 소송이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관련 사례를 참고해 글로벌 기업과의 규제환경에서 주도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향후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후속 조치와 제도적 정비 여부가 시장의 균형과 앱 생태계의 변화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