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너무 어렵다… 라이트 유저 외면받는 '극한 난이도' 논란

| 연합뉴스

현대 콘솔 게임들이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로 출시되면서, 일반 이용자들이 게임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대작들의 난이도 조절 실패가 반복되며, 라이트 게이머(가볍게 즐기는 이용자)와 하드코어 게이머(열성적인 게임 이용자) 사이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인디 플랫포머 게임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은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로 인해 많은 이용자의 비판을 받았다.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구간이 많고, 보스 몬스터의 공격력은 게임 진행을 사실상 가로막을 정도였다. 특히 체크포인트(자동 저장 지점)와 주요 적 간의 거리도 멀어, 반복 도전 자체가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피드백에 제작사인 팀 체리는 결국 난이도 조절 계획을 공식화했다.

유사한 사례는 대작 게임에서도 발생했다. 프롬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엘든 링’의 확장팩 ‘황금 나무의 그림자’는 적의 공격력이 지나치게 높아, 게임 시작 직후 이용자가 속수무책으로 사망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 2’ 역시 아이템 획득이 어려워지고 캐릭터 생존률이 낮아지면서, 이용자가 급감하자 제작사는 뒤늦게 시스템 전면 수정을 감행했다.

국내에서도 게임 난이도 조절 실패로 논란이 이어졌다. 넥슨 네오플이 출시한 액션 역할수행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초기 설정된 '보통' 난이도조차 많은 이용자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판단이 이어지며, 제작진은 기존 난이도 체계를 조정하고 새로운 ‘입문’ 난이도를 추가하는 등 긴급 수정을 단행했다. 난이도 선택 후 중도 변경이 불가능한 점도 게이머들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특정 장르에 익숙한 하드코어 팬들의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교의 한 게임 기획자는 “개발 과정에서 피드백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하드코어 게이머이고, 테스트 참여자도 이들에 편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게임 밸런스가 평균적인 이용자의 눈높이를 벗어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게임 개발사들이 보다 폭넓은 유저군의 요구를 반영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는 충성도 높은 일부 팬층을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전체 유저 기반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흥행을 꾀하려면 조기 이탈을 막기 위한 설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