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프로젝트 카스파(Kaspa)의 창시자인 요나탄 솜폴린스키(Yonatan Sompolinsky) 박사가 바이낸스가 주최한 ‘더 블록체인 100’ 수상을 거절하며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2025년 11월 7일, 두바이 시상식 참석을 사양하는 짧은 글을 SNS 플랫폼 X(옛 트위터)에 올렸고, 게시물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겼다. 이후 조회 수는 240만 회를 기록했지만 바이낸스는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저명한 연구자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드문 사례로, 암호화폐의 ‘탈중앙화 철학’과 현실적인 상업화 사이의 갈등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바이낸스 스퀘어가 주최한 블록체인 100 어워드는 9월 25일부터 11월 12일까지 누구나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됐고, 이어 11월 22일부터 8일간 커뮤니티 투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솜폴린스키 박사는 9,717표로 1위를 차지했으며, 카스파의 수석 엔지니어 마이클 서튼(Michael Sutton)이 7,142표로 산업 옹호자 부문 3위에 올랐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이 후보로 올라간 사실을 몰랐고, 홍보나 투표 독려도 하지 않았다. 추천과 투표는 카스파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커뮤니티는 각종 채널에서 두 사람의 수상을 위해 직접 투표를 독려했다.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시상식 참석을 준비하는 가운데 솜폴린스키 박사는 12월 3일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리는 시상식 초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확장성이 높은 작업증명(PoW) 방식의 블록체인 카스파(KAS)를 설계한 인물로, 네트워크는 2021년 11월 초기화됐다. 바이낸스는 2023년 11월 카스파 선물 상품을 상장했지만, 현물 거래는 지금까지 상장하지 않았다.
최근 카스파 커뮤니티 대표는 바이낸스가 현물 상장 과정에서 카스파 전체 공급량의 3%—현 시가로 약 4천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솜폴린스키 박사는 이를 비판하며, 암호화폐를 세 가지 유형(상업형·투기형·탈중앙화 지향형)으로 나누는 분류법을 인용해 카스파는 마지막 유형, 즉 ‘탈중앙화 철학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스파는 초기에 특정 기관이나 개인이 대량의 코인을 보유하지 않고 오직 채굴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구조라며, 바이낸스가 요구한 3%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바이낸스가 바이낸스US(Binance.US)의 신규 자산 구역 최상단에 밈코인 ‘PEPE’를 배치한 것을 두고 “개구리 코인의 투자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10월 11일 발생한 암호화폐 시장 급락 사태 당시 바이낸스가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도 언급하며, 암호화폐 산업 전반이 ‘투기 중심 구조’에 빠지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커뮤니티의 열정적인 지지에 감사의 뜻을 밝혔으며, 해당 게시물은 X에서 여러 차례 #crypto 인기 주제로 올라섰다. 업홀드 리서치 책임자 @MHiesboeck, MEXC 최고전략책임자 @cecilia_hsueh 등 업계 인사들도 글을 공유하며 공개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바이낸스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낸스는 앞서 2025년 10월 플래시 크래시 당시 전체 시장에서 약 190억 달러, 바이낸스에서는 23억 달러 이상 포지션이 청산되며 거래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어 ASTER 에어드롭 배분 문제, GIGGLE 프로젝트와의 상장·기부 약속 관련 논란 등도 잇달아 불거졌다.
솜폴린스키 박사는 “암호화폐 업계가 투기가 아닌 목적 있는 기술 개발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업적 이익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탈중앙화 철학이 여전히 설 자리가 있는지” 질문을 던졌으며, 투기적 열기가 식을수록 기술적 기반을 갖춘 프로젝트가 다시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상 거절 이후 카스파 커뮤니티에서는 #ByeNance, #BoycottBinance, #DeleteYourAccount 등 바이낸스 계정 삭제와 이용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까지 확산되고 있다.
카스파는 2021년 등장한 작업증명 기반의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 여러 블록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높은 처리량을 달성한다. 보안성과 탈중앙화를 유지하면서도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KAS는 크라켄, 바이빗, 비트겟, MEXC 등 주요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으며 2027년 6월 사상 최고가 0.196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3억 9천만 달러로, 초기 대비 200배 이상 상승하며 주요 레이어1 블록체인 중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솜폴린스키 박사는 2013년부터 블록체인에 여러 경로를 동시에 기록하는 DAG 모델 도입을 제안해온 연구자이며, 그의 연구는 APTOS와 SUI 등 최신 블록체인에 인용됐다. 또한 그가 제안한 GHOST 이론은 이더리움의 작업증명 시절 비탈릭 부테린이 보안 개선 논의에서 자주 언급한 개념이다.
카스파 커뮤니티는 탈중앙화 정신을 중시하는 사용자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 형성됐으며, 카스파 재단은 10개국 이상에서 커뮤니티 행사를 개최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수상 거절은 카스파의 인지도를 더 넓혔을 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암호화폐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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