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국내 가상자산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전방위 체제’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사기 사건을 넘어 리딩방, 추천인(레퍼럴) 구조,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거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자금세탁, 해외 미등록 거래소를 통한 환치기 등 자금 흐름 전반에 대한 수사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가상자산 관련 의심거래보고(STR)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과 관세국경관리연구센터(KCS)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2021년부터 2024년 9월까지 약 11조 4천억 원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가 확인됐으며, 이 중 약 83%가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디센트 법률사무소는 “수사기관이 전통적인 사기 수사에서 벗어나 투자 구조와 자금 이동 전반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리딩방, 레퍼럴 구조, 김치프리미엄 활용, 스테이블코인 기반 환치기 등은 모두 실제 자금 흐름에 따라 사기, 유사수신,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자금세탁방지법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사기관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텔레그램이나 오픈채팅방을 기반으로 한 ‘투자 리딩방’과 레퍼럴 방식의 모집 구조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뒤, 자금을 해외 무인가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이체하도록 유도하고, 추천 수수료 방식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구조가 허위·과장 광고와 결합할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다수에게 투자금을 모집한 행위는 유사수신행위, 실제 운영이 자문·일임 형태에 가까울 경우 무등록 유사투자자문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거래 역시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2025년 들어 프리미엄 수준은 낮아졌지만, 이를 이용한 불법 차익거래나 환치기 시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3자의 자금을 모아 반복적으로 송금하거나, 차명·법인 계좌를 활용해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조세포탈, 자금세탁 혐의로 번질 수 있다.
해외 미등록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환치기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최근 수사기관은 국내에서 현금을 수령한 뒤,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제3자에게 송금하는 방식의 ‘코인 기반 환치기’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달러 중심 환치기보다 적발이 어렵고, 대규모 자금 세탁에도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도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거래소와 지갑 서비스, 커스터디 사업자에 대해 의심거래보고(STR) 이행 여부, 트래블룰 준수, 고위험 지갑 차단 체계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으며, 내부통제 미비로 인해 행정 제재를 넘어서 형사 책임이 부과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진현수 대표 변호사는 “2025년부터는 ‘문제가 없길 바라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사업 초기 단계부터 수수료 구조, 추천 방식, 투자 권유 절차, 계약서와 약관, 자금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미 수사가 진행된 이후에 법률적으로 방어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사전 점검과 구조 설계가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 대응 전략”이라고 말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는 가상자산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불송치 결정, 구속영장 기각 등 초기 수사 대응 사례와 기업 대상 정기 자문을 통해 관련 실무 경험을 축적해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가상자산 관련 범죄 수사와 행정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만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사후 대응’보다는 ‘사전 점검’에 방점을 두는 경영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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