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시장이 주의력(Attention)에 기반한 경제 모델에서 확실성(Certainty)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가치에 기반한 경제 모델로 구조적 전환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사이클 동안 크립토 네이티브 생태계는 현금 흐름이나 실질적 유틸리티보다는 인터넷 대중의 집단적 시선을 포착하고 유지하는 능력에서 가치가 파생되는 이른바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가 지배적인 구조를 형성해왔다. 다만 이러한 패러다임은 본질적인 휘발성으로 인해 한계에 봉착했고, 자본은 보다 견고한 ‘진실의 토대’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1.1. 크립토 콘텐츠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피로감
프렌드테크(Friend.tech)의 등장과 펌프펀(Pump.fun)과 같은 밈코인 런치패드의 급부상은 주의력 기반 모델이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이들 프로토콜은 개인의 사회적 자본이나 바이럴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금융화하는 소유권 모델을 제시했다.프렌드테크(Friend.tech)의 ‘키(Key)’는 특정 인물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지분으로 기능했으며, 밈코인은 이미지나 농담의 확산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기적 상품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은 유동성이 오로지 인간의 변덕스러운 ‘주의력’에 의존한다는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인터넷 문화의 초가속 순환 속에서 특정 내러티브가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순간 유동성은 급격히 증발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PvP)’의 제로섬 게임 환경을 형성했고, 후기 진입자는 구조적으로 손실을 떠안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주의력이 소멸하기 전 시장을 이탈하는 것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렌드테크(Friend.tech)의 급격한 침체와 수많은 밈코인의 반복적인 급등락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안겼다. 이러한 피로의 근원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밈코인에는 펀더멘털을 측정할 기준이 없고, 가격 자체가 콘텐츠이자 뉴스로 기능한다. 결산 보고서나 제품 출시, 가치를 확정 짓는 최종 정산일(Settlement Date)도 존재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변동성은 사실상 유일한 상품으로 작동했다. 이 같은 무한한 불확실성의 반복 구조는 자본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신뢰 가능한 토대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1.2. 예측 시장의 부상: 뉴스가 가격을 결정하는 역전된 인과관계
2024년 미국 대선을 전후해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이 주류 데이터로 활용되기 시작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자본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밈코인과 예측시장은 모두 투기 심리를 자극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그 기저에 깔린 작동 메커니즘은 정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밈코인 시장에서는 가격이 뉴스를 만들어내고 내러티브를 주도하는 순환적 구조가 형성된다. 가격 상승이 주의력을 끌어들이고, 주의력은 다시 신규 매수자를 유입시키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자기참조적 구조다. 반면 예측시장에서는 외부의 사건이나 뉴스와 같은 사실(Fact)이 발생하면 확률이 재평가되고, 이에 따라 가격이 조정된 뒤 정산(Settlement)에 이르는 선형적 구조를 갖는다. 이는 투기 금융에서 인과관계가 역전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밈코인 시장의 전형적인 흐름은 가격 상승 이후 주의력 집중과 신규 매수자 유입을 거쳐 다시 가격이 상승하는 순환 구조로 요약된다. 이에 비해 예측시장은 외부 이벤트 발생 이후 확률 재평가와 가격 조정을 거쳐 최종 정산으로 수렴하는 구조를 보인다. 순환적·자기참조적 논리와 선형적·현실참조적 논리의 대비라는 설명이다.
예측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자산에 명확한 ‘시작’과 ‘끝’, 즉 정산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계약은 사건이 발생하거나 만기일이 도래할 경우 반드시 1달러(참) 또는 0달러(거짓)로 최종 가치가 확정된다.
이러한 이벤트의 확실성(Event Certainty)은 자본 배분자들에게 밈코인의 ‘더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리스크 프로필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이는 막연한 투기가 아니라, 무형의 리스크를 가격으로 환산하고(Pricing) 이를 헤지(Hedge)하거나 차익거래(Arbitrage)가 가능한 금융상품이라는 설명이다. 밈코인의 감정적 변동성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예측시장이 제공하는 명확한 결말과 정산 구조로 자본이 이동하는 흐름은 혼돈에서 질서로, 막연한 기대에서 계산 가능한 확률로 자본의 선호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크립토 섹터 내 순환매를 넘어,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을 금융화하려는 인류 본능의 구조적 진화로 해석된다.
2. 역사적 기원: 배팅과 헤지의 DNA
현대의 예측시장, 특히 폴리마켓(Polymarket)이나 칼시(Kalshi)와 같은 플랫폼은 블록체인 시대의 새로운 발명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인류 문명과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금융 리스크 관리 도구의 연장선에 가깝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 불확실성에 가격을 매기려는 인간의 욕구는 오랜 역사 속에 깊이 뿌리내려 왔다는 것이다.
2.1. 16세기 교황 선출 베팅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등장하기 수세기 전, 로마의 은행가들은 이미 고도로 발달된 형태의 ‘이벤트 파생상품’ 시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교황은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유럽의 전쟁과 무역로, 동맹 관계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세속 군주로 인식됐다.
당시 상인과 은행가들에게 교황 선종(Sede Vacante)은 극심한 변동성과 리스크를 의미했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될 경우 전임자의 채무가 무효화되거나, 특정 가문인 메디치가나 보르자가의 재산이 몰수되고, 지정학적 동맹이 뒤집히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정 추기경의 당선 여부는 상인 가문의 존립과 직결된 사안이었으며, 이들은 정치적 리스크를 헤지할 금융 수단을 필요로 했다.
로마 금융 지구인 ‘반키(Banchi)’의 은행들은 추기경들의 당선 확률을 0에서 100까지의 가격으로 환산해 거래했다. 이는 오늘날 예측시장의 이진 옵션(Binary Option) 구조와 수학적으로 동일한 형태로 평가된다. ‘센살리(Sensali)’로 불린 중개인들은 광장을 오가며 주문을 체결했고, 배당률은 실시간으로 변동했다.
이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기반으로 작동했다. ‘아비지(Avvisi)’로 불린 수기 뉴스레터는 바티칸 콘클라베 담장 밖으로 유출된 소문과 내부 정보를 전달했으며, 이 정보지들은 고가에 거래됐다. 이는 정보의 속도와 접근성이 곧 금융적 우위, 즉 알파(Alpha)로 직결되는 초기 형태로 평가된다.
예측시장에서의 내부자 거래 역시 이미 16세기에 존재했다. 1590년 콘클라베 당시 몬탈토 추기경과 스포르차 추기경은 니콜로 스폰드라토(훗날 교황 그레고리오 14세)를 차기 교황으로 추대하기로 비밀 합의를 했고, 이를 공표하기 전 대리인들을 통해 스폰드라토의 승리에 대규모 베팅을 집행했다. 당시 10% 미만에 불과하던 스폰드라토의 배당률은 이들의 지지 선언 직후 급등했고, 두 추기경과 그 측근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예측시장이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정보와 권력을 보유한 집단이 미래 결과를 선점하는 도구로 활용돼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2.2. 17~18세기: 로이즈 커피하우스와 톤틴의 통계적 아비트라지
17세기와 18세기로 접어들면서 예측시장은 런던의 커피하우스와 제네바의 은행들을 중심으로 보다 정교한 통계적 차익거래 형태로 발전했다.
런던의 에드워드 로이즈(Edward Lloyd) 커피하우스는 단순한 사교 공간이 아니라 정보 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로이즈는 항구에 정보원(Runners)을 배치해 선박의 귀환 소식을 일반 대중보다 먼저 확보했고, 상인들은 이른바 ‘정보 시차(Information Latency)’를 활용해 특정 선박의 무사 귀환 여부에 대한 보험 계약, 즉 사실상의 예측시장 계약을 유리한 가격에 거래했다. 이는 정보의 속도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현대 고빈도 매매(HFT)의 원형으로 해석된다.
18세기 프랑스 왕실이 발행한 ‘톤틴(Tontine)’ 연금은 통계적 아비트라지의 전형적 사례로 언급된다. 톤틴은 가입자들이 납입한 자금을 모아 생존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다가, 사망자가 발생하면 해당 몫을 생존자에게 재분배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보험계리적 지식 부족으로 연령별 사망률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연령대에 동일한 수익률을 적용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를 간파한 제네바 은행가들은 천연두를 이미 앓고 생존해 면역을 보유한 5~7세 소녀들, 즉 통계적으로 기대수명이 가장 긴 집단 명의로 대규모 톤틴 가입을 진행했다. 이른바 ‘불멸의 소녀들’ 신디케이트는 프랑스 왕실로부터 사실상 장기간 무위험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현대 예측시장에서 봇이 확률적 오차를 포착해 수익을 올리는 ‘통계적 아비트라지(Statistical Arbitrage)’와 동일한 원리로 평가된다.
2.3. 월스트리트 장외 시장과 1916년 대선 베팅
과학적 여론조사가 도입되기 전, 월스트리트의 장외 시장(Curb Market)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19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우드로 윌슨과 찰스 에번스 휴즈 후보 간 대결을 둘러싼 월스트리트 커브 마켓의 선거 베팅 규모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주식·채권 거래량을 웃돌 정도로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트레이더들은 지역 간 정보 불균형을 활용한 차익거래에 나섰다. 공화당 강세 지역인 뉴욕에서는 휴즈 후보의 배당률이 높게 형성됐고, 서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윌슨 후보가 우세했다.
이에 따라 트레이더들은 뉴욕에서 윌슨 후보 티켓을 매수하고, 다른 지역에서 휴즈 후보 티켓을 매수해 양쪽 가격 차이(스프레드)를 취하는 지리적 아비트라지(Geographic Arbitrage)를 실행했다. 이 시장은 1916년의 박빙 승부와 1936년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압승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내며, ‘돈이 걸린 예측’이 여론조사보다 높은 정확도를 가질 수 있음을 역사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3. 현대적 전략: 기술로 진화한 아비트라지(Arbitrage)
과거 정보원과 파발마가 담당하던 역할은 21세기에 들어 파이썬 스크립트, MEV 봇, 거대언어모델(LLM)로 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늘날 폴리마켓과 같은 예측시장은 단순한 베팅 공간을 넘어, 고도의 금융공학적 전략이 활용되는 시장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트레이더들은 더 이상 미래를 단순히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구조의 비효율성을 공략해 수학적으로 확정된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 기계적 아비트라지(Deterministic Arb)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강력한 전략으로는 확률의 기본 공리인 P(Event) + P(¬Event) = 1.0 이 성립하지 않는 순간을 포착하는 방식이 꼽힌다.
이진 예측시장에서 YES 포지션과 NO 포지션의 가격 합은 이론적으로 항상 1달러가 돼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급격한 변동이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두 가격의 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YES가 0.60달러, NO가 0.35달러에 거래될 경우 합계는 0.95달러가 된다.
이 같은 가격 괴리가 발생하면 봇은 즉시 YES와 NO 양쪽 포지션을 동시에 매수한다. 0.95달러를 지불하고 만기 시 1달러를 회수하는 구조로, 이벤트 결과와 무관하게 0.05달러의 무위험 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폴리마켓에서 활동하는 트레이더 ‘distinct-baguette’는 이러한 기계적 차익거래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해당 봇은 1~3초 단위로 시장을 스캔하며 YES와 NO 가격 합이 99센트 미만으로 내려가는 구간을 포착하고, 인간이 대응하기 어려운 속도로 주문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약 1.5개월 만에 24만2천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됐으며, 이는 시장 방향성에 베팅하는 투기가 아니라 시장 미세구조의 결함을 공학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3.2. 통계적 아비트라지(Statistical Arb)
보다 진보된 전략으로는 상관관계가 높은 두 사건 간 가격 괴리를 활용하는 통계적 아비트라지가 거론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 상원 장악’은 정치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사건으로 평가된다. 만약 트럼프 당선 확률이 60%(0.60달러)에 거래되는데, 공화당 상원 장악 확률이 50%(0.50달러)에 형성돼 있다면, 이는 역사적 데이터나 통계 모델 대비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벌어진 상태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트레이더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쪽인 공화당 상원 장악 포지션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트럼프 당선 포지션을 매도하거나, 두 사건 간 확률 격차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포지션을 구축한다.
트레이더 ‘sharky6999’는 이러한 통계적 괴리를 공략한 사례로 언급된다. 그는 1만5천 회 이상의 거래에서 99.5%에 달하는 높은 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한 결과라기보다 수학적으로 닫힌 차익거래 기회만을 선별적으로 실행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그의 누적 순수익은 48만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예측시장에서 제공되는 상관관계 데이터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3.3. AI 모델링과 정보 우위(AI Probability)
가장 최전선에 위치한 전략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뉴스와 소셜 데이터를 인간보다 빠르게 해석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이 꼽힌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에이전트는 뉴스 피드, 트위터, 온체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특정 후보나 사건에 부정적인 뉴스가 보도될 경우, AI는 텍스트의 감성(Sentiment)을 분석해 가격 하락 가능성을 판단하고, 인간 트레이더가 헤드라인을 확인하기 전에 매도 주문을 집행한다는 설명이다.
AI 봇 계정으로 알려진 ‘ilovecircle’은 뉴스, 온체인 데이터, 이른바 스마트 머니의 흐름을 결합한 앙상블 모델을 활용해 약 2개월 만에 2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74%에 달하는 적중률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정보의 시차(Latency)를 선점한 AI의 정보 우위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과거 로이즈 커피하우스의 정보원이 디지털 신경망으로 진화한 형태로 비유된다.
3.4. 스프레드 파밍과 카피 트레이딩
이 밖에도 전통 금융시장에서 활용돼 온 유동성 공급 및 전략 복제 기법이 예측시장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스프레드 파밍의 경우 ‘cry.eth2’로 알려진 봇이 0.49달러에 매수 주문을, 0.51달러에 매도 주문을 촘촘히 배치하는 마켓메이킹 전략을 통해 스프레드를 수취한 사례가 언급된다. 해당 봇은 100만 회 이상의 거래를 수행해 약 19만4천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카피 트레이딩은 고래 트레이더의 지갑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거래를 복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검증된 전략이 빠르게 시장에 확산되는 효과를 낳는 반면, 성공 전략의 알파(Alpha)가 소멸되는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4. 미래 전망: 인프라의 진화와 확장
예측시장은 개인 간 베팅을 넘어 기관급 인프라와 결합하며 하나의 거대한 금융 레이어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된 에이전트(Agentic Finance)와 큐레이션(Curation) 모델이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4.1. 아비트라지 펀드와 자동화 프로토콜(UniFAI Network)
실제로 유니파이(UnifAI)와 같은 일부 스타트업은 일반 투자자들도 예측시장 거래 전략을 손쉽게 자동화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예측시장만을 전문으로 하는 아비트라지 펀드의 등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니파이는 사전 구축된 AI 에이전트 제공을 넘어 사용자가 직접 AI 에이전트를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투자 접근 방식에 맞춘 예측 전략을 자동화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검증된 전략을 배포하거나 고유한 예측 논리에 부합하는 맞춤형 에이전트를 설계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UniFAI 팀은 자체 도구를 활용해 폴리마켓(Polymarket) 시장에서 만기 직전 승률 99% 이상인 결과에 베팅함으로써 이벤트당 약 1% 수익을 꾸준히 누적하는 자동화 봇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오피니언(Opinion)’이라는 신생 예측 플랫폼의 주문서(order book) 방식 시장에 초기 유동성 공급자(LP)로 참여해 스프레드 수익과 플랫폼 토큰 에어드롭 보상까지 확보하는 자동화 봇도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례가 상용화될 경우, 예측시장 분야에서도 저위험(low-risk) 전략을 기반으로 한 헤지펀드가 등장해 지속 가능한 수익률을 추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른바 ‘저위험 예측시장 펀드’의 등장이 비전으로 제시된다. 사용자가 자금을 예치하면 distinct-baguette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탑재한 에이전트 군단이 24시간 시장의 비효율성을 탐색·채굴해 확정 수익(Yield)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는 예측시장을 단순한 도박의 영역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대체 투자 자산군(Alternative Asset Class)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4.2. 큐레이티드 마켓과 오라클의 진화
탈중앙 예측시장이 직면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는 결과 판정의 신뢰성과 책임 소재 문제가 지적된다. 앞서 제기된 폴리마켓(Polymarket) 오라클 판정 논란에서도 확인되듯, 현행 구조에서는 잘못된 결과가 산출되더라도 플랫폼이 사용자 피해를 보전하지 않으며, 중앙 주체가 없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큐레이터(curator) 기반 예측시장’ 모델이 거론된다. 큐레이터 기반 예측시장은 개별 이벤트마다 책ji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존재해 해당 시장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구조다. 큐레이터는 자신이 관리하는 예측 이벤트에 일정 규모의 보험금을 예치하고 초기 유동성을 공급하며, 만약 오라클 오류나 고의적 조작이 발생할 경우 이 보험금을 활용해 사용자 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이 문제없이 정상 종료될 경우, 큐레이터는 거래 수수료의 일부를 수익으로 확보한다. 큐레이터는 해당 이벤트의 지식재산권(IP) 보유자이거나 결과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공인 기관이 맡아 오라클 데이터 제공과 최종 판정을 책임진다. 이는 완전한 탈중앙화 이념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실용적인 신뢰 보강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 결과 예측시장에서는 리그 주최 측이나 공인 기록 기관이 큐레이터로 참여해 판정 오류 발생 시 보험을 통해 보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기업 실적 예측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이나 회계법인이 큐레이터 역할을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큐레이터 제도가 정착될 경우 이용자들은 조작 위험에 대한 우려를 덜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으며, 큐레이터는 자신이 전문성을 보유한 분야의 시장을 육성해 명성과 수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큐레이터가 활성화한 예측시장 위에는 2차 금융상품이 구축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큐레이터가 제공하는 LP 토큰이나 레버리지 토큰, 영구선물(Perpetual) 형태의 파생상품을 발행·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하나의 시장 이벤트를 기초자산처럼 설정해 그 위에 다층적인 파생 시장을 쌓는 구조로, 시장의 깊이와 유동성, 활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5. 무한한 TAM과 지식의 금융화
예측시장의 총 잠재 시장 규모(TAM)를 단순히 약 2천억 달러 규모의 스포츠 베팅 시장과 비교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예측시장을 도박 산업의 범주로 한정하는 ‘카테고리 오판’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예측시장은 도박이 아니라 사건(Event)의 결과를 거래하는 이른바 ‘이벤트 파생상품’으로 규정된다. 주식시장이 기업의 가치(Value)를 거래하는 시장이라면, 예측시장은 기업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건의 결과를 거래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최고경영자(CEO) 해임 여부, 규제 법안 통과 여부, 전쟁 발발 가능성과 같은 질문들은 기존 금융 시장에서는 헤지하기 어려운 리스크로 인식돼 왔다.
예측시장은 이처럼 기존 금융 시스템이 다루기 어려웠던 불확실성을 거래 가능한 단위로 세분화해 가격을 매긴다. 이에 따라 예측시장의 진정한 TAM은 스포츠 베팅 시장이 아니라, 약 1,000조 달러(Quadrillion)에 달하는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과 비교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전반에 걸친 모든 불확실성이 파생상품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현재가 ‘주의력 경제’의 혼돈을 넘어 ‘확실성 경제’로 진입하는 전환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세기 교황 선출 베팅에서 출발한 인류의 본능은 이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만나 전례 없는 수준의 정교함을 갖추게 됐으며, 오늘날 예측시장 참여자들은 단순한 투기꾼이 아니라 정보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며 집단적 진실의 지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보가 곧 자산이 되는 환경에서 거짓 정보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검증된 정보는 수익을 창출한다. 업계에서는 미래의 진실을 가격으로 환산하는 거대한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가 금융 시장의 새로운 기저 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시장 확장을 넘어 인류가 정보를 처리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방식 자체의 근본적인 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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