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특수 끝? 글로벌 벤처투자, 4월 들어 66% 급감

| 김민준 기자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이 4월 들어 다시 한 번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픈AI(OpenAI)의 대규모 자금 유치 효과로 3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벤처 투자 규모는 한 달 만에 급감해, 투자자들의 신중한 움직임과 경기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시장조사업체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올해 4월 전 세계 스타트업에 유입된 벤처 자금은 총 230억 달러(약 33조 1,2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지만, 불과 한 달 전 3월 680억 달러(약 97조 9,000억 원) 대비 66%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3월에는 오픈AI의 400억 달러 규모 신규 자금 유치를 포함한 역대급 단일 투자 딜이 있었으며, 당시 한 달간의 투자 금액으로는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달 투자 위축 속에서도 ‘인공지능(AI)’ 분야는 여전히 돋보였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4월 전체 벤처 자금 중 약 70억 달러(약 10조 800억 원), 즉 30%가 AI 관련 기업에 집중됐다. 가장 큰 투자 사례는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 전 오픈AI 최고과학책임자(CSO)가 공동 창업한 AI 스타트업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SSI)였다. 해당 기업은 이번 투자 라운드를 통해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320억 달러(약 46조 원)로 끌어올렸다. 이는 단 7개월 만의 약 270억 달러 가치 상승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AI 다음으로는 의료 기술과 바이오 분야가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 금융 서비스 부문이 38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를 각각 유치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보안, 친환경 에너지, 우주개발 분야 또한 대형 투자 라운드를 일부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여전히 중심 축이다. 미국 스타트업들이 차지한 4월 투자액은 140억 달러(약 20조 1,600억 원)로, 전 세계 벤처 자금 중 62%를 점유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평균 비중인 56%보다 더 높은 수치로, 미국 벤처 생태계의 강한 회복력을 방증한다. 반면, 중국 스타트업들은 17억 달러(약 2조 4,400억 원)로 두 번째를 차지했으며, 영국과 인도는 나란히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를 넘어 3위권에 올랐다.

투자자 면면을 살펴보면, 인사이트 파트너스, 액셀, 안드리센 호로위츠, 코슬라 벤처스 등이 포스트 시드 단계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오크스, 프랭클린템플턴, 제너럴애틀랜틱 등도 대형 딜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계별 투자 비중은 시드 단계에 전체의 10%, 초기 단계에 37%, 후기 단계에 53%가 집중됐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무역 분쟁 등 거시경제 변수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음을 반영한다. 오픈AI 급등과 같은 이례적 사례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투자 흐름은 아직 회복보다는 관망에 가깝다. 시장 관계자들은 “2분기로 진입하며 투자자들이 더욱 보수적인 접근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