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위기에도 살아남는 법…‘관계-유연성-고객’ 3박자가 답이다

| 김민준 기자

공급망의 혼란 속에서도 고객 중심 가치를 견지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코로나 초기 한밤중에 마스크 공급 상황을 두고 해외 공급처와 통화를 나눠야 했던 경험은 단순한 순간이 아니라, 공급망 관리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계기였다. 최근 몇 년간의 극심한 변동성은 단순한 비용 절감 모델보다 탄탄한 대처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수많은 기업들이 체감하고 있다.

코퍼 컴프레션(Copper Compression)의 바비 코언 사장은 공급망 이슈가 단순히 기업의 마진을 깎는 문제가 아니며, 제품을 통해 전달되는 고객 가치를 위협하는 요인임을 강조했다. 이 브랜드는 통증 완화와 회복을 돕는 압박 의류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제품 배송 지연은 곧 고객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언 사장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요소로 ‘의사소통의 선제적 강화’를 꼽았다. 공급업체, 물류 파트너, 고객과의 정기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작은 이상신호를 큰 위기로 키우지 않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실제로 제품 수요 예측, 생산 일정 공유, 물류 지연 가능성 사전 통보 등은 협력사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공급처 다변화는 더 이상 비용 문제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코언은 한때 핵심 제품군을 단일 공급업체에 의존했다가 공장 지연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은 이후, 중복 공급망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파트너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생산 능력을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재고 전략’에 대한 기업적 사고의 진화다. 코퍼 컴프레션은 과거에는 린 생산방식에 따라 최소한의 재고를 유지했지만, 반복되는 품절 사태를 겪으며 전략 재고량을 확대했다. 현재는 100만 명 이상의 직판 고객과 1만 2,000개 소매점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제품의 재고를 보다 넉넉하게 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긴급 수요 대응과 소비자 만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코언은 수치 기반 의사결정을 기본으로 하되, 직관에 귀 기울이는 리더십 역량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팀원들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감각을 공유하고 표현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이런 유연성과 선제적 대응력은 앞으로의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환경에서 더욱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바비 코언 사장은 마지막으로 “공급망 혼란은 피할 수 없지만 대응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 강화, 유연성 확보, 고객 중심 사고의 지속이야말로 흩어진 퍼즐 속에서도 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기민하게 적응한 조직은 단지 살아남는 것을 넘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