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가 창업가로… '17억 달러' 쏟아진 美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 김민준 기자

개인 콘텐츠를 자산화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벤처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투자 유치를 받고, 법인화된 팀을 꾸리는 등 본격적인 기업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들은 총 17억 달러(약 2조 4,5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며 사상 최대의 투자규모를 기록했다.

기존에는 단순 파트너십이나 캠페인 중심으로 국한되었던 브랜드 협업이 이제는 매출 및 ROI(투자수익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25년 슈퍼볼에서는 15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커버리지를 맡았고, 전통 TV에서 디지털로 광고 예산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 예산은 1년 새 25~35%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디지털 창업 시대의 구조적 전환*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크리에이터 대상 인프라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핑테크 스타트업들은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인 수익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법인 계좌 개설, 세금 관리, 신용 평가 등 금융 서비스 전반을 패키지화해 제공 중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련 일자리도 전년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과 기존 금융권 모두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문제는 아직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실제 수익 규모에 비해 기본적인 금융 인프라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 달 수입이 수만 달러에 달해도 법인 카드를 만들기 어렵거나, 세금 납부와 저축 설계 등에 미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여러 소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복수의 수익 흐름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장치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틈새는 빠르게 벤처 자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핀테크와 크리에이터 산업을 동시에 겨냥하는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시드 및 시리즈 A 투자를 유치 중이며, 이들은 수익 인식, 세무 자동화, 신용 평가 등의 영역에서 B2B 솔루션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창작자 개인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플랫폼 구조와 생태계를 개선하고 강화하는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의 새로운 기준은 기술의 정교함과 크리에이터 생태계와의 *정서적 일치*에 있다. 도구가 자연스럽게 창작자들의 워크플로우에 스며들고, 입소문을 통해 전파될 수 있을 때 진정한 상품성과 확장성이 생긴다. 구독형 소프트웨어 모델,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 구조, 적시 금융 자동화 기능 등은 이제 필수 요건처럼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벤처캐피털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단순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확고한 산업군으로 인식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영향력을 가진 소비자가 아니라, 투자 가치가 있는 사업가로 자리매김했다. 디지털 기반의 창업가 유형이자 콘텐츠 중심 플랫폼 비즈니스의 중심축으로, 이들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