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니콘 엑시트, 지금 속도면 30년…IPO·M&A 장벽 여전

| 김민준 기자

미국 내 유니콘 기업들이 엑시트(IPO 혹은 인수)를 완료하는 데 지금과 같은 속도가 유지된다면, 전부 소화하기까지 30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작년 같은 시점에 예상된 소요 기간이 49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된 결과지만,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미국의 비상장 스타트업 25곳이 상장하거나 인수됐다. 이는 그간 잠잠했던 스타트업 엑시트 시장에서 다소 활기를 찾은 것이지만, 유니콘 대기열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두 건의 대형 거래가 올해 분위기를 주도했다.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지난 3월 대규모 IPO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상장 후 주가는 20% 이상 상승하며 시장 기대에 부응했다. 또 다른 빅딜은 구글(GOOGL)이 사이버보안 유니콘 위즈(Wiz)를 약 320억 달러(약 46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만 이 거래는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이외에도 정밀 의료 기업 템퍼스AI(Tempus AI)와 홈서비스 솔루션 기업 서비스타이탄(ServiceTitan)이 각각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규모로 IPO에 성공했다. 이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엑시트를 이뤄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 거래도 있었다.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노네임 시큐리티(Noname Security)는 유니콘 시절 평가액에 비해 크게 낮은 4억 5,000만 달러(약 6,500억 원) 수준에 아카마이(AKAM)에 매각됐다. 또한 디지털 수집품 스타트업 캔디디지털(Candy Digital)은 메타버스 기반 브랜드 플랫폼 퓨처버스(Futureverse)에 매각됐지만, 구체적인 인수 가격이 비공개인 가운데 유니콘급 규모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상장 시장은 여전히 냉각 상태지만, 일부 낙관론자들은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IPO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M&A 시장의 경우, 대형 테크 기업들이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니콘급 스타트업 인수 여력이 충분하나, 실제로 자금을 집행할지는 미지수다.

유니콘 시장의 병목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과 창업자들의 전략 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시장 활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IPO 환경 개선과 인수시장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