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스타트업 펀딩, 2025년 역대 최저… 암호화폐 투자도 '실종'

| 김민준 기자

팬데믹 시기 기대를 모았던 플로리다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투자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며 2025년 1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의 벤처 투자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플로리다 기반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자금은 총 8억 2,000만 달러(약 1조 1,800억 원)로, 예외적인 대형 건을 제외하면 수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이번 집계에서 확인된 투자 대부분은 여전히 마이애미 지역에 집중됐다.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 플랫폼을 제공하는 캐스트 AI는 지투벤처파트너스와 소프트뱅크의 주도로 1억 800만 달러(약 1,555억 원)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위워크 창업자 애덤 노이먼이 설립한 커뮤니티 중심의 임대주택 개발사 플로우는 안드리센 호로위츠에서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확보했다. 이외에도 환경 보호 연계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원아마존,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스렛로커 등이 각각 1억 달러, 6,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받아 상위권을 차지했다.

상장 시장에서도 일부 성과는 나타났다. 보카레이턴에 본사를 둔 보수성향 뉴스매체 뉴스맥스미디어는 3월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고 시가총액이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에 달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돼 현재는 주당 2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플로리다 스타트업들이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급 후속 투자 유치는 거의 정체된 상황이다. 클라우드 키친 기업 리프, IT 보안 기업 카세야, 고령자 돌봄 플랫폼 파파 등 주요 기업들은 수년째 신규 투자를 보고하지 않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에서 플로리다가 주도권을 잡는 데 실패한 점도 뚜렷하다. 2025년 현재까지 이 분야에 집행된 벤처 자금은 고작 2,100만 달러(약 300억 원)에 불과하다.

한편, 마이애미를 본거지로 하는 암호화폐 채굴기업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최근 그리폰 디지털 마이닝과의 합병을 통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에릭 트럼프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과 금융시장의 교차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 시점에서 플로리다가 '스타트업 천국'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지역이 지닌 기후적 이점과 무주세, 도시적 역동성 등은 여전히 인재와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요소로 남아 있다. 투자 열기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는 미지수지만, 단기적 침체 속에서도 장기적인 잠재력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