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주 마주치는 위기의 순간 중 하나는 자산과 회사를 동시에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된 ‘부채 전략’이다. 자금 예약이 지연되고 기회가 눈앞에 있다고 믿는 순간, 개인 보증을 조건으로 한 대출은 쉽게 현실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는 때로는 회복할 수 없는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1년, 한 SaaS 스타트업 창업자 ‘알렉스’는 첫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확보하고 대규모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해 급여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그는 자신의 아파트를 담보로 한 개인 보증 방식의 대출 25만 달러(약 3억 6,000만 원)를 실행했다.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단기 유동성 확보였지만, 결국 거래는 무산되었고 스타트업은 6개월 만에 사라졌다. 남은 것은 창업자 개인의 채무만이었다.
이렇듯 초기 단계에서의 부채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 활용된다면 일정 수준의 리스크도 감수할 만하다. 성장기의 스타트업이라면 검증된 매출 구조와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이 전제돼야 한다.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 수익이 아니라, 반복 매출 기반의 *실질적 수익*이 확보됐을 때 비로소 부채의 효용은 발휘된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도 일정 조건을 충족한다면 부채 사용이 가능하다. 레퍼런스가 탄탄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고 엄격한 실사 과정을 통과한 기업이라면 일부 금융기관은 전통적인 부채 상품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때는 개인 보증이 배제된 구조로, 짧은 운영 자금 갭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다. 단, 이 역시 '긴급 조치'가 아닌 *전략적 자금 운용*의 일환이어야 한다.
한편,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레버리지를 일으킨 스타트업을 경계한다. 채권자는 항상 지분 투자자보다 우선 권리를 가지며, 이는 후속 투자 유치 과정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특히 조기에 자금난을 비정상적 방식으로 무리하게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자주 발생한다.
해결책 중 하나는 *전환사채(컨버터블 노트)*다. 이는 초기엔 부채지만 향후 일정 조건 충족 시 지분으로 전환되며, 투자자 입장에선 유연성을 제공하고 기업 입장에선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준다. 하지만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국 전통적인 부채로 남는다.
스타트업에게 부채는 핵심 전략이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자금의 ‘즉각적인 도움’이 목적이더라도 이해 없이 접근하는 레버리지는 오히려 의사결정의 폭을 좁히고, 스케일업의 시점을 앞당기기는커녕 파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창업자들은 당장의 현금 흐름보다 부채가 가져올 장기적 효과와 구조적 제약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채를 ‘회사’가 아닌 ‘본인’과 연결시키는 개인 보증 방식은 절대 피해야 할 지뢰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