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에서 '말(horse)'과 '기수(jockey)'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은 오래된 주제다. 말은 곧 사업 모델이나 시장 기회를 뜻하고, 기수는 창업자를 의미한다. 이 철학적 질문에 대한 해답은 세대를 거치며 바뀌어 왔지만, 현재의 벤처 시장은 창업자 중심 접근법에 무게를 실어온 분위기가 우세하다.
역사적으로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톰 퍼킨스는 기술력에, 세쿼이아 캐피탈의 돈 발렌타인은 시장에, 데이비스 앤 록의 아서 록은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이 가운데 오늘날 가장 지지를 받는 모델은 '창업자 중심' 투자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단계 벤처캐피털 중 53%가 팀의 역량을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사업 모델과 시장 기회는 각각 10%, 6%에 그쳤다.
이같은 추세는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샘 알트만과 같은 시대의 아이콘들이 투자 성공의 사례로 자리 잡으면서 더욱 강화됐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는 기수의 게임이지 말의 게임이 아니다'라는 격언이 보편적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하는 분석도 존재한다. 실제로 창업 초기부터 IPO까지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사업의 질이 창업자의 특성보다 장기 생존 가능성과 수익률을 결정짓는 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는 벤처캐피털이 창업자 정보를 과잉 반영하는 ‘예측 가능한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오류는 표면적인 패턴 매칭에서 비롯된다. 소위 ‘실리콘밸리형 창업자’ — 학벌, 직장 이력, 배경 등 — 과거 성공 사례를 재현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기반한 투자 결정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가 아닌 단순한 상관관계를 오해한 결과다.
진정한 투자 통찰은 사람과 제품, 전략, 시장을 분리하기보다는 하나의 패키지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온다. 피터 틸은 이를 “사람과 기술, 아이디어는 분리할 수 없는 복합 구조”라고 표현했다. 스파크 캐피탈의 나빌 하얏 또한 “제품을 통해 창업자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말하며, 단편적인 창업자 포트폴리오가 아닌 창업자가 만든 결과물을 통해 평가하는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Y콤비네이터는 이 방식을 실제로 실현하고 있다. 단 10분간의 인터뷰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만, 이 과정에선 비전의 선명함, 아이디어의 비범함, 집념과 전달 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균형 있게 평가된다. 이는 감에 의존하는 결정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도 포착 가능한 실질적 신호들을 중시하는 정교한 데이터 기반 판단이다.
결국 창업자 중심 접근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 — 외형적 특성과 과거 사례를 기준으로 한 패턴 매칭 — 은 창업자의 진짜 잠재력을 가리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최고의 투자자는 단순히 기수나 말을 찾지 않는다. 둘이 결합된 존재, 즉 '센타우르'를 알아본다. 뛰어난 창업자와 탁월한 사업은 서로 불가분이며, 둘 중 어느 하나에만 집착해서는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