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보다 실력… 벤처 투자 생태계, 지금은 세대교체 중

| 김민준 기자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신생 운용사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할 때, 여전히 ‘출신 배경’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형 VC 출신 펀드매니저들이 독립해 만든 ‘스핀아웃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반면,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현업 출신 투자자(operators)’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LP)들이 과거의 성공 신화에 얽매인 선택을 반복하면서, 벤처 시장의 다양성과 수익 가능성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제는 대기업 VC 출신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성공 가능성이 담보되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탄탄한 조직 인프라 속에서 다수의 지원을 받으며 일하던 환경과, 독립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며 네트워크와 전략을 스스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의 명성과 투자 레퍼런스에 기반한 인맥은 독립 이후 빠르게 약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거대 기금의 전략을 소형 펀드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P들은 ‘검증된 이력’을 신뢰한다는 이유로 대형 VC 스핀아웃에 더 많은 자금을 배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오히려 벤처업계의 *획일성*을 심화시키며, 진정한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시장의 역동성과 빠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려면, 운영 능력과 기업가적 역량을 함께 갖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창업자 출신이거나 스타트업 운영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 투자자로 전환할 경우,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특유의 판단력을 갖추고 있어 창업자들과 더욱 깊이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들은 이론보다 경험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리고, 실제 스타트업 운영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딜 발굴에도 강점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자 출신 투자자들*은 제도적 자금 유통 경로나 포트폴리오 설계 역량, LP 인맥 등에서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한계를 안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두 유형의 장점을 융합한 새로운 투자 인재들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출신 배경 대신 *실제 전문성*과 운용 역량에 기반해 신생 운용사를 평가하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LP들이 더욱 정교한 평가 모델을 도입하고, 베테랑 스핀아웃과 유망한 운영자 출신 모두에게 균형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변화하는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알파 수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투자 성과를 뛰어넘는 이야기다. 벤처 생태계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이자, 미래 세대 투자자를 양성하고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발굴해내는 본질적 과업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수적인 관성에서 벗어나, 벤처 시장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 정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