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을 준비하는 창업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단순히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거래 이후 팀의 동기와 조직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투자자는 제품이나 매출만큼이나 그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높은 가치를 둔다. 그런데 만약 인수 이후 핵심 인재의 사기가 꺾인다면, 거래의 진정한 가치는 상당 부분 손상될 수 있다. 이는 종종 간과되지만, 실은 창업자 스스로가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 중 하나다.
통상적인 M&A 절차에서 투자자는 인수 후 조직의 안정성을 핵심적인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특히 주요 인력의 유지 여부는 곧 인수 후 성공 가능성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많은 인수기업이 임원과 기술 책임자에게 사례금 지급을 유보하거나, 일정 기간 근속을 조건으로 한 지급 방식을 채택한다.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전략이지만, 정작 인수 대상 기업의 직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인력이 보상을 가장 늦게 받게 되는 역설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직원들은 지분이라는 요소를 단순한 금전 보상 수단이 아닌 ‘인정’의 표시로 바라본다. 예컨대, 최근에 합류해 막바지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직원이 보상을 유보당한다면 불만이 생길 여지가 크다. 오랜 기간 헌신해온 구성원은 당연히 최대 보상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대한 회사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면 조직 내 불신은 빠르게 커진다. 이는 결국 인수 후 더 큰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인수 이전, 창업자는 지분 구조와 보상 정책을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약 체결 시점에 일부 보상을 지급하고, 일정 조건이 변경되는 ‘지배권 이전’ 상황에서 나머지를 지급하는 방식은 구성원의 충성심과 기여도를 고루 반영하면서도 사후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전체를 한 번에 지급하는 정책은 포용성을 줄 수 있지만, 인수 이후 동기 부여 수단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전혀 가속이 없는 구조는 오래 근무한 인력을 우선시하는 대신, 핵심 기여자 소외라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구조 그 자체보다, 그것이 어떻게 설명되고 공유되느냐다. 직원 모두가 본인의 위치와 보상 기준을 명확히 이해할 때, 인수 이후에도 팀은 목적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단지 내부 안정성 확보 이상으로, 인수자에게는 ‘이 조직은 성장과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투자자는 안정성과 연속성을 원한다. 리더가 예측 가능하고 공정하게 리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구조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야말로, 인수 협상에서 가치를 보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창업자가 이런 전략적 고려를 사전에 마련한다면, 인수 이후에도 경영자로서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