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보다 유저”를 외친 DEX, 거래량 3위로…디스프레드, 하이퍼리퀴드 성장 해부

| 이도현 기자

디스프레드(DeSpread)의 리서치에 따르면, 중심화에 대한 냉소가 커지던 2022년, FTX 파산 이후 등장한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2025년 5월 기준 하루 거래량 220억 달러, 미결제약정 101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3위에 올랐다. VC 투자 중심이 아닌 커뮤니티 기반 철학과 기술력 중심의 플랫폼 전략이 독보적인 성장 원동력이 됐다.

하이퍼리퀴드는 2022년 11월 테스트넷 출시 이후부터 탈중앙화와 커뮤니티 우선주의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Google Brain 출신 창업자인 Jeff Yan은 FTX 붕괴를 목격한 후 탈중앙화 거래소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사용자가 실제로 신뢰하고 사용하는 플랫폼 구축에 전념했다. 그의 철학은 “VC보다 유저”, “장기 가치 창출”이라는 명확한 지향점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이는 초기 테스트 이벤트부터의 모든 활동에 반영됐다.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하이퍼리퀴드의 핵심 성장 요소로 ▲기술 중심의 투명한 제품 출시, ▲초기 커뮤니티 기반 이벤트 (DAO WARS, 리퍼럴 시스템 등), ▲꾸준한 피드백 수용을 통한 제품 개선을 꼽는다. 디스코드에서의 실시간 소통은 커뮤니티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자체 테스트넷과 메인넷 론칭 과정에서는 수많은 사용자 참여가 유도됐다. 2023년 2분기에만 4,000명 이상의 유저가 참여했으며, 적시에 도입된 API와 온체인 인프라도 이를 뒷받침했다.

시장의 위기도 빠르게 성숙을 촉진했다. 2023년 8월 YGG 사건과 10월 FRIEND-USD 오라클 조작 사건을 연이어 겪으면서도 하이퍼리퀴드는 문제를 은폐하지 않고 빠른 개선에 나섰다. 청산 시스템 전환, 유지증거금 환급, 마크 가격 기반 시스템 도입 등은 사용자 보호를 강화했고, 이 결정은 이후 사용자 유입과 HLP 볼트 성장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단 두 달 만에 HLP TVL이 150만 달러에서 600만 달러로 급증했고, 누적 수익도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023년 11월 도입된 포인트 프로그램은 하이퍼리퀴드 성장세에 본격적인 가속력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은 6개월간 매주 100만 포인트를 배포하며 사용자의 거래 활동을 유도했고, 이에 따라 활성 사용자 수는 6배 증가, TVL은 3억4천만 달러로 치솟았다. 이 기간 HLP 누적 수익은 1,900만 달러를 초과하며 사용자 가치를 실질적으로 확보했다. 디스프레드 리서치에 따르면, 포인트 프로그램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 커뮤니티 분산형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실험적 모델이었다.

2024년 5월 발표된 HyperEVM은 하이퍼리퀴드의 비전을 더욱 구체화했다. EVM 호환성 확보를 통해 개발자는 기존 툴링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즉시 CEX급 거래 UX를 전달받을 수 있어, 개발 진입장벽을 낮췄다. HIP 자산과 ERC-20 간 전송, 무허가형 스팟 토큰 발행 메커니즘은 거래 절차의 탈중앙화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켰고, 신규 포인트 시즌을 통해 성장세는 한층 더 강화됐다.

플랫폼 성장에 따라 다양한 인프라 통합도 속도를 냈다. CCXT, Hummingbot을 포함한 기관 및 알고리즘 투자 툴과의 통합은 전문 트레이더 수요를 흡수했고, HypurrScan, 텔레그램 봇 등 커뮤니티 주도의 생태계 툴은 탈중앙 커뮤니티의 역동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2024년 11월 HYPE 토큰의 제네시스 이벤트는 하이퍼리퀴드 성장의 정점이었다. 5,790만 포인트가 사용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었고, 동시에 HYPE 스테이킹 시스템이 도입되며 사용자 참여형 보안 메커니즘 기반이 마련됐다. 2025년 5월 기준 하이퍼리퀴드는 연 매출 약 5억8,75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거래 수수료의 54%를 HYPE 토큰 *바이백*에 할당하고 있다. 총 2,200만 개의 HYPE 바이백, 22만6천 개의 소각은 운영 철학의 단면을 보여주는 *디플레이션 메커니즘*으로 기능하고 있다.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하이퍼리퀴드가 VC 없는 성장, 사용자 중심 설계, 위기대응 역량, 기술적 완성도 등 네 가지 축에서 탈중앙화 거래소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L1 탈바꿈 및 종합 금융 시스템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