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몰린 57조… 2025년 벤처 투자 '슈퍼붐'

| 김민준 기자

2025년 2분기 글로벌 벤처 자금 조달이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며,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집중도가 두드러졌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벤처 투자 규모는 910억 달러(약 131조 1,000억 원)에 달했으며, 전년 동기 820억 달러 대비 11% 늘어난 수치다. 다만 올해 1분기 실적이 1,140억 달러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분기별로는 다소 둔화된 흐름이다.

이번 분기 투자에서 가장 큰 특징은 소수의 대형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자본 집중 현상이었다. 전체 투자금의 약 3분의 1가량이 16개 스타트업에 집중됐는데, 이들 중에는 AI 인프라 기업인 스케일AI(Scale AI)의 143억 달러(약 205조 원) 규모 시리즈 투자 유치가 포함돼 있다. 그 외에도 싱킹머신즈랩(Thinking Machines Lab)과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가 각각 20억 달러씩, 그램말리(Grammarly)와 안유스피어(Anysphere), 헬싱(Helsing) 등이 다수의 대형 라운드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AI 부문은 이번 분기 전체 벤처 자금의 약 45%인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를 유치하며, 3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다. 특히 생성형 AI, 설명가능한 AI 기술 등을 중심으로 연구소와 인프라 업체에 자금이 몰렸다. 이와 함께 헬스케어 및 바이오테크 기업은 148억 달러, 금융 서비스 기업은 108억 달러를 조달하며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중심을 이뤘다. 미국 기반 스타트업들이 전체 벤처 자금의 3분의 2 이상인 600억 달러를 모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금 유치 비중을 보였다.

2025년 상반기 전체 기준으로는 벤처 자금 유치액이 2,050억 달러(약 295조 2,000억 원)로 집계돼, 2022년 이후 가장 강력한 반기 실적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11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한 기업은 단 11곳에 불과해, 초거대 자금이 소수에 집중되는 현상이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오픈AI(OpenAI)가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 달러(약 576조 원)를 유치해 벤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인수합병(M&A) 시장도 회복세를 보였다. 2025년 2분기에는 총 500억 달러(약 72조 원)의 M&A 규모가 기록되며, 2021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비록 1분기의 710억 달러보다는 적었지만, 이는 구글(GOOGL)이 위즈(Wiz)를 320억 달러에 인수하는 사상 최대의 비상장 스타트업 인수 사례가 포함된 분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분기 가장 활발했던 인수자는 오픈AI로, 조니 아이브(Jony Ive)의 인공지능 하드웨어 스타트업 ‘아이오(IO)’를 60억 달러에, 윈드서프(Windsurf)를 30억 달러에 각각 인수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투자 단계별로는 후기 단계 자금 유치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시리즈 C 이후 라운드는 55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3%나 증가했다. 반면 초기 단계 투자(Sereis A~B)는 260억 달러 수준으로 전 분기 대비 거의 변화가 없었고, 시드 단계는 싱킹머신즈랩의 대형 라운드를 포함해 103억 달러로 소폭 증가했다. 이를 제외하면 시드 투자 규모는 사실상 전 분기 수준에서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AI와 대형 라운드에 자본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공지능 중심의 기술경쟁이 스타트업 지형까지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벤처 시장 전반의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는 지금, 거대 자금의 향방에 따라 차세대 유니콘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