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에 57조 쏟았다…글로벌 VC 시장, 131조로 '반등 신호'

| 김민준 기자

전 세계 벤처캐피털(VC)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액은 총 910억 달러(약 131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수치로,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가 여전히 정점에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 분기의 주도 분야는 단연 AI였다. 총 투자액의 약 45%에 달하는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가 AI 기업에 몰렸으며, 이 중 143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는 스케일AI(Scale AI)에 집중됐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메타플랫폼스(Meta Platforms)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단일 기업 기준 사상 두 번째로 큰 투자 유치 사례를 기록했다. 앞서 1분기에는 오픈AI(OpenAI)가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성사시키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AI 외에도 바이오테크 및 헬스케어 분야가 148억 달러(약 21조 3,000억 원), 금융 서비스 산업이 113억 달러(약 16조 3,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내며 강세를 보였다. 투자 시장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대형 자금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메가 라운드' 경향이다. 이번 분기에는 17개 기업이 각각 5억 달러 이상을 조달해 전체 투자 금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총 600억 달러(약 86조 4,000억 원)를 끌어모으며 글로벌 VC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했다. 이는 미국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2025년 상반기 누적 투자액은 2,050억 달러(약 295조 2,000억 원)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그중 절반 가까이인 700억 달러는 단 11개의 유니콘 기업이 조달한 것으로, 대형 기업 중심의 자금 집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수합병(M&A) 시장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2분기 공개된 M&A 거래 총액은 500억 달러(약 72조 원)에 달해 2021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비록 1분기(710억 달러)보다 다소 줄었지만, 이는 당시 구글(GOOGL)의 320억 달러(약 46조 원) 규모의 위즈(Wiz) 인수라는 이례적 사례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분기 주요 M&A 가운데 오픈AI는 조니 아이브의 아이오 프로덕트(io Products)를 60억 달러(약 86조 4,000억 원), 윈드서프(Windsurf)를 30억 달러(약 43조 2,000억 원)에 인수하며 AI 분야 핵심 역량을 강화했다.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 네온(Neon) 인수도 주목을 받았다. 네온은 클라우드 기반 서버리스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처럼 AI 중심의 VC 활황과 함께 대형 기술사의 적극적인 투자 및 M&A 전략이 2025년 하반기에도 벤처 생태계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크런치베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금의 선택과 집중이 심화되며 초대형 기업 중심의 성장 지형이 굳어지고 있다”며 “초기 스타트업보다는 성장 속도가 빠른 중후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