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와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 획기적인 협정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미국에 처음으로 완전 개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협정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농산물을 45억 달러(약 6조3000억 원) 규모로 구매하고, 보잉 항공기 50대를 도입하며, 에너지 제품에도 1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정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전면 철폐하고, 반대로 인도네시아산 수입품에는 19%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역대급 비대칭 협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관세를 내지 않지만 그들은 낸다”며 협상 성과를 자찬했다.
앞서 미국은 영국과의 협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연간 1만3000t 수입을, 베트남과는 29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 구매를 포함하는 협정을 이끌어냈다. 세 협상 모두 농산물, 특히 쌀과 쇠고기 수출 확대가 중심 의제로 다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략이 농산물 시장 개방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소고기·쌀 시장 개방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농산물 분야가 고통스럽지 않은 통상 협상은 없다”며 쌀, 사과, 소고기 등에서 일정 수준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은 에너지 부문에서도 한국을 향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의 협정에서 15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를 포함시킨 데 이어, 한국에 대해서도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와 장기 구매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와 같은 협정이 더 나올 것이며, 인도와도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며 무역 전략의 연속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이들 국가에 전혀 접근할 수 없었지만, 관세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단순한 무역수지 개선 차원을 넘어, 쌀을 포함한 전략 농산물의 해외 시장 확보를 겨냥한 장기 전략임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농업시장, 특히 쌀 시장은 그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