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조용히 달러를 풀었다. 2025년 7월 15일, BOJ는 "7월 17일부터 공동 담보(pooled collateral)를 조건으로 미국 달러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대적인 기자회견도, 시장 개입 선언도 없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조용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금융시장은 이를 글로벌 달러 유동성 부족의 신호로, 혹은 위험자산 반등의 시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 캐리트레이드의 균열…BOJ는 왜 움직였나
일본 금융기관들은 오랫동안 엔화를 저금리로 조달해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미 연준(Fed)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BOJ도 기준금리를 0.5%까지 인상하면서, 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달러 조달 비용은 급등했고, 환헤지 비용도 높아졌다. 엔화 강세까지 겹치며 금융기관들은 자금 유동성 압박에 직면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BOJ는 7월 15일 공식 발표를 통해 7월 17일부터 달러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방식은 공동 담보를 전제로 한 유동성 지원이다. 조용한 개입이지만, 파장은 적지 않다.
■ 역사적 패턴…이번은 글로벌 경고인가
과거에도 중앙은행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19년 미 국채 레포시장 위기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모두가 '조용한 조치'에서 시작됐고, 나중에는 전 세계적인 통화 완화 국면으로 이어졌다. 이번 BOJ의 결정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Invest는 이를 “달러 유동성 경색의 조기 경보”라고 진단했다.
■ 비트코인, 이 흐름에 반응할까
비트멕스 공동 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이건 엄청난 신호”라고 단언했다. 그는 “BOJ가 유동성의 물꼬를 트는 순간, 비트코인은 새로운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호자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은 크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달러 유동성 경색으로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확대 정책으로 전환할 경우 비트코인을 포함한 위험자산에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금리 인상과 인플레 압박 속의 BOJ
BOJ는 6월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최고 수준인 0.5%로 인상했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로 상향 조정됐고, 일본 정부의 긴축 재정과 구조 개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달러 공급 조치는 명시적 정책 전환은 아니지만, 시장 불안에 대한 '완충 역할'로 해석된다. BOJ는 직접적인 통화완화는 피하면서도, 시장에 신호를 던지는 셈이다.
■ 금융안정성과 향후 리스크
BOJ는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본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과 유동성 대응 능력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리 차와 환율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돼 있다.
ECB, Fed, 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과의 금리차 확대는 일본 자금시장의 구조적 긴장을 키울 수 있으며, BOJ의 추가 대응 여력은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 암호화폐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이유
BOJ의 달러 공급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단기적: 안전자산 선호와 유동성 경색으로 비트코인 하방 압력
중장기: 중앙은행 유동성 확대 정책이 재개될 경우, 반등 모멘텀 가능성
특히 비트코인은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 위험자산으로, 이번 조치는 향후 흐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 “조용한 신호가 가장 큰 전환을 만든다”
BOJ는 7월 15일, 아무런 언론행사 없이 달러 유동성 공급을 발표했다. 그 실행일은 7월 17일. 그 어떤 과장도, 위기 담론도 없이 시작된 이 조치는 그러나, 시장이 숨죽여 지켜보는 시발점이다.
달러는 마르기 시작했고, 중앙은행은 움직이고 있다. 다음에 반응할 자산은 어쩌면 비트코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