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기업도 코인 사재기?…이더리움·솔라나 알트코인을 금고에 담는 상장사들

| 한재호 기자

글로벌 상장기업들이 암호화폐를 본격적인 재무자산으로 채택하고 있다. 과거 암호화폐는 개인 투자자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최근 들어 기업 재무제표의 핵심 항목으로 이동 중이다. 단순한 자산 보유를 넘어 스테이킹을 통한 수익 창출, 네트워크 인프라 운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 ‘디지털 금’ 전략의 선두주자, 스트레티지($MSTR)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레티지($MSTR)는 이 같은 흐름의 대표 사례다. CEO 마이클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규정하고, 회사의 현금뿐 아니라 부채까지 동원해 공격적으로 BTC를 매입해왔다.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21만 4천 BTC로, 시가 기준 135억 달러(약 18조 원)를 상회했다.

그 결과, 스트레티지의 주가는 실적보다 비트코인 시세에 밀접하게 연동되며, 시장에서는 해당 종목을 ‘비트코인 대리 투자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 이더리움과 솔라나, 금고에서 이자까지… 진화하는 디지털 자산 운용

최근에는 이더리움과 솔라나가 실질적인 수익성과 연결된 ‘운용형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의 경우, 블록체인 검증 시스템인 스테이킹(Staking)을 통해 연 4~5% 수준의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미국 상장사 비트 디지털($BTBT)은 기존 보유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한 뒤, 10만 ETH 이상을 확보해 자체 검증 노드를 운영하며 스테이킹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이 전략은 단기적 수익뿐 아니라, 탈중앙화 생태계 참여를 통한 기술 기반 브랜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 다른 상장사 샤프링크 게이밍($SBET)은 최대 28만 ETH를 확보해 이를 기업금고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배당과 연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게임스퀘어 홀딩스($GAME)은 ETH 1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스위스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메디치(Medici)와 협력해 연 8~14%의 스테이킹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BTCS($BTCS)와 갤럭시 디지털($GLXY.TO)도 이더리움을 장기 보유하면서, 직접 노드를 운영하거나 프라임브로커리지를 통한 기관투자자 대상 서비스로 자산을 운용 중이다.

한편, 솔라나는 빠른 처리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강점으로, 기업들이 ‘고성능 블록체인 금고’로 삼는 경향이 나타난다. 유펙시($UPXI)는 회사 자산의 90% 이상을 SOL에 투자해 연 7~9% 수익을 실현하고 있으며, 디파이 디벨롭먼트(DeFi Development Corp., 비상장)는 약 31만 SOL을 보유하며 이를 트랜잭션 수단이자 기업금고로 활용하고 있다.

◇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

이 같은 암호화폐 편입 전략은 고수익과 기술 혁신 이미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고위험을 동반한 이중 구조를 만들어낸다.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큰 자산이며, 이로 인해 기업 실적이 암호화폐 시세에 좌우되는 구조는 투자자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미국 회계기준(FASB) 개정으로 인해 암호화폐는 공정가치(fair value)로 분기별 평가되며, 상승분은 이익으로, 하락분은 손실로 즉시 반영된다. 이는 투명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회계상 실적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우는 구조다.

◇ 기술인가, 투기인가… 디지털 금고의 향방

기업이 암호화폐를 재무 전략의 일부로 편입하는 흐름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트렌드다. 그러나 자산의 본질과 수익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보유’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이는 전략이 아닌 도박에 가깝다.

이더리움과 솔라나의 사례는 기술적 실체와 운용 전략이 결합할 때, 암호화폐 금고가 장기적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시장의 과도한 기대가 실체를 초과할 경우, 2000년대 닷컴버블과 같은 대규모 조정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가치가 제품과 실적이 아닌 외부 자산의 시세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디지털 금고가 보물 상자인지, 판도라의 상자인지는 오직 미래의 실적과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