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트업 투자, 다시 불붙었다…AI·리스크관리 분야에 '1억 달러' 펑펑

| 김민준 기자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주 단일 주간 기준으로 집계된 미국 내 벤처 투자 상위 10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넘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며, 리스크 관리와 인공지능(AI) 분야가 자금 쏠림 현상을 주도했다.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이끈 기업은 쿼보(Quavo)다. 소비자 거래분쟁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이 기업은 스펙트럼 에쿼티로부터 3억 달러(약 4,320억 원)의 성장 자금을 확보했다. 은행, 신용조합, 핀테크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플러그인형 소프트웨어로 10여 년간 꾸준히 사업을 키워온 쿼보는 이 자금을 통해 플랫폼 고도화 및 고객군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그 뒤를 이은 반타(Vanta)는 AI 기반 기업 준수 및 위험관리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이번 시리즈D 라운드를 통해 1억 5,000만 달러(약 2,160억 원)를 조달했다. 이 투자에는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반타의 기업 가치는 이로써 41억 5,000만 달러(약 5조 9,760억 원)에 달하게 됐다.

AI 인프라 쪽에서는 아르마다(Armada)가 눈에 띄었다. 통신이 어려운 지역을 겨냥한 엣지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 중인 아르마다는 리바이어던이라는 모듈형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확대를 위해 1억 3,100만 달러(약 1,886억 원)를 유치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보안 시장에 발을 들인 히어로데브스(HeroDevs)는 1억 2,50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PSG 에쿼티를 비롯한 투자사들로부터 조달하며 엔터프라이즈 보안솔루션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마쳤다. 이와 함께 멀티모달 AI 기술을 앞세운 레카AI(Reka)는 엔비디아(Nvidia)와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의 지원을 받아 1억 1,000만 달러(약 1,580억 원)를 확보했다. 레카의 누적 투자금은 1억 7,000만 달러(약 2,448억 원)에 달한다.

바이오 및 헬스테크 분야에서도 굵직한 투자가 이어졌다. 희귀 호흡기 질환 치료제를 흡입 방식으로 개발 중인 아벌린파마(Avalyn Pharma)는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조달했고, 초음파 기반의 뇌 자극 및 영상을 개발하는 너지(Nudge) 역시 동일한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후자의 투자는 특히 그리노크스와 스라이브 캐피탈이 이끌었다.

정신 건강을 위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슬링샷AI(Slingshot AI)는 기존 시리즈A 라운드에 추가 연장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자금 9,300만 달러(약 1,340억 원)를 확보했다. 이들은 AI 치료 플랫폼 ‘Ash’를 본격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편, 대체 투자 플랫폼 일드스트리트(Yieldstreet)는 7,700만 달러(약 1,100억 원)를 유치하며 누적 자금만 9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넘어섰고, 대화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겁셥(Gupshup)은 6,0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스타트업 투자 흐름에서 볼 때 이번 주는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을 융합하는 기업들이 핵심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분쟁관리,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뇌신경 과학처럼 그간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진화 방향을 단적으로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