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7월 29일(현지 시각)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인-카인드(In-Kind) 창출·상환’을 공식 승인했다.
이번 조치는 ETF 발행사와 승인된 기관투자자(AP)가 현금이 아닌 실제 암호자산을 직접 주고받으며 ETF를 발행하거나 상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금·원유 등 전통 원자재 ETF와 동일한 구조를 부여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암호화폐가 제도권 금융의 핵심 구조에 완전히 편입된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ETF 구조 혁신… 비용 절감·유동성 확대
기존 현금 결제 방식은 ETF 발행사가 암호자산을 별도로 매수·매도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고, 이 과정에서 거래 비용과 가격 괴리가 발생했다. 인-카인드 구조에서는 기관이 직접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납입하거나 수령하므로 매매 비용이 줄고, ETF 가격과 현물 가격 간 스프레드가 축소된다. 미국 ETF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ETF 유동성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매매 효율성을 높여 기관과 개인 모두에게 이익이 될 구조”라고 분석한다.
세제 측면의 결정적 차이
미국에서는 인-카인드 거래가 세법상 ‘자산 교환’으로 간주돼 과세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 ETF 상환 시 현금화 과정에서 발생하던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장기 보유 성향이 강한 연기금·대형 자산운용사의 참여가 촉진될 전망이다. 실제로 골드 ETF가 2004년 제도권 인정을 받은 직후 5년 만에 운용자산 규모(AUM)가 10배 이상 증가했던 사례가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ETF 자체가 불허… 제도 논의 0단계
반면 한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ETF의 기초자산 요건에 암호화폐가 포함되지 않아, 암호화폐 현물 ETF 자체가 상장 불가능하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물론 장내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도 디지털 자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인-카인드 방식 논의는커녕 ETF 상품 설계 자체가 출발선에 서지 못하고 있다.
세제 구조도 미국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2027년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거래 구조에 관계없이 과세가 즉시 발생하며, 과세 이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기관이 암호화폐 ETF에 투자할 유인이 거의 없는 구조”라며 “해외 시장과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본 흐름과 투자 환경 격차
ETF는 단순한 투자상품을 넘어, 글로벌 자본 흐름의 통로 역할을 한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뉴욕 증시를 통한 암호화폐 투자 접근성이 개선되면, 전 세계 기관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한국은 제도 부재로 인해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ETF는 이제 미국에서 금 ETF와 동일한 제도적 지위를 갖게 됐다”며 “한국이 제도 개편에 나서지 않으면, 투자 기회뿐 아니라 금융 산업 경쟁력에서도 뒤처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제도 개편 시급”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조치가 한국 정책 논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본다. 한 자본시장 연구원은 “암호화폐를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상품 허용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 시장에 편입되는 핵심 조건”이라며 “ETF 허용 여부, 세제 구조, 자산운용 규제 등 전방위적인 제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