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다이먼의 반격… '엔터프라이즈 AGI'로 샘 알트먼에 도전장

| 김민준 기자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최근 인공지능(AI) 무대에서 점점 더 두각을 나타내며, 오픈AI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샘 알트먼을 위협하는 이색적인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추진해온 다이먼이 거대한 산업 내 데이터를 무기 삼아 AI 생태계의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은 ‘기업 전용 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AGI’의 등장이다.

지금까지의 AI 개발 경쟁은 대규모 기본 모델 구축에 주력해왔다. 샘 알트먼이 이끄는 오픈AI는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서 GPT-3, GPT-4, 그리고 곧 출시될 GPT-5를 포함한 모델들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대규모 사전 학습 데이터와 막대한 연산 비용이 요구되는 이 모델 중심의 전략은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품질 데이터 부족과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는 소수의 기술기업에만 유리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반면 다이먼이 대표하는 기업 중심 AI 접근법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지난 수십 년간 정교하게 축적된 기업 내부의 고신뢰·고밀도 데이터, 예컨대 고객 행동 패턴, 거래 기록, 위험 관리 프로세스 등은 인터넷에서 수집할 수 없는 독점적 자산이다. 이는 기존 대화형 AI보다 훨씬 정밀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학습된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이러한 '에이전트'는 단순히 GPT 모델로 뭔가를 대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용자 또는 기업을 대신해 실제로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차세대 AI 형태다. 특히 금융 영역에서 이들은 사람 없이 고객 onboarding을 자동화하거나, 사기 위험을 실시간 탐지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을 대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이먼은 이러한 에이전트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이라는 기업 환경의 가상 복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은 알고리즘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의 변화다. AI가 똑똑해지려면 ‘강한 모델’보다 ‘좋은 데이터’가 먼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특히 기업 운영 과정을 잘 반영한 과정 중심의 디지털 트윈과 거기서 생성되는 반응형 메트릭이 AI 학습에 있어 핵심 자원이 된다. 이 과정에서는 강화학습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객체가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업무 효율을 개선해 나가는 구조다.

현재까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가 이러한 강화학습 기반 AI가 가장 먼저 뿌리내린 예다. 코드라는 형식이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함에 따라 GPT나 Anthropic의 Claude 같은 모델이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수정하고 테스트하며 능력을 높여왔다. 다이먼은 같은 방식으로 JP모건 내 거래 체계, 리스크 분석, 고객 응대 같은 수많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AI에게 맡기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는 곧 AI 생태계의 경쟁 판도가 뒤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경쟁이 연산 자원과 모델 크기, 알고리즘 우수성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좋은 데이터를 가진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지, 누가 고객의 엔터프라이즈 데이터를 더 정밀하게 추상화하고 문맥화할 수 있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다이먼은 기존 기술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강점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JP모건은 이미 엑사바이트(1,000PB)에 달하는 금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GPT-4 전체 학습 데이터의 수백 배 수준이다. 이 독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는 소비자용 챗봇이나 검색엔진을 뛰어넘어, 실제 수익과 비용, 리스크를 직접 관리하는 기업형 AI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엔터프라이즈 AGI' 시대의 승자는 모델이 아닌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조직하고 누가 그것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운영 이점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 점에서 제이미 다이먼은 기존 AI 거물들을 위협할 수 있는 잠룡이자, 엔터프라이즈 AI라는 새 자산 시장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