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리플(XRP) 보고서 “전통 은행, 블록체인 없인 생존 불가”…디지털 자산에 1천억 달러 베팅

| 한재호 기자

본 기사는 Ripple, CB Insights, UK Centre for Blockchain Technologies가 2025년 7월 공동 발간한 「Banking on Digital Assets: How Traditional Finance is Investing in Blockchain」 보고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내용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통 금융기관들의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분야 투자와 활용 사례, 규제 변화, 기술 인프라를 중심으로 정리하였습니다. [편집자주]

전통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자산에 본격 베팅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 및 기술 기업에 총 1천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1만 건이 넘는 거래에 참여했다. 규제 명확성과 기술 성숙이 맞물리며 블록체인이 더 이상 주변 기술이 아닌 금융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규제 명확화가 투자 촉진…미·EU·두바이 등 일제히 제도화

금융당국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규제를 빠르게 정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3년 MiCA(암호자산시장 규제)를 채택해 2024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은 SEC의 회계 지침과 FDIC의 암호자산 가이드라인, 비트코인 ETF 승인 등으로 제도권 편입 기반을 구축했다. 두바이, 싱가포르 등 금융허브들도 독자 규제기관을 통해 블록체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토큰화, 실시간 글로벌 결제, 스마트 계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중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는 정산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가 커 주목받고 있다. 또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블록체인 기반 거래 후처리 인프라 구축 등 실질적 금융 혁신이 가시화되고 있다.

투자 건수 1만 건·메가 라운드 33건…기관용 인프라에 집중

2020~2024년 은행권의 블록체인 투자 중 상당수는 시드 및 시리즈 A 단계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CB Insights에 따르면,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메가 라운드 투자는 총 33건으로 집계됐다. 투자 분야는 기관용 토큰화·거래 인프라(27%), 결제(24%), 커스터디(21%)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 FTX 붕괴 이후 은행권 투자 열기는 한동안 식었다. 2023년에는 연간 투자액이 5억6천만 달러로 감소했지만, 2024년 들어 투자금액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규제 명확성과 기관 신뢰 회복이 투자 모멘텀을 되살렸다는 평가다.

Banking on Digital Assets: How Traditional Finance is Investing in Blockchain

G‑SIB 은행들, 공동 투자·파트너십 전략 선호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미쓰비시 UFJ 등 G-SIB(Global Systemically Important Banks)들은 블록체인 진출에 신중한 접근을 취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 중이다. 2020~2024년 사이 이들이 단행한 블록체인 투자 건수는 106건, 이 중 14건이 메가 라운드였다. 단독 진출보다는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 투자 및 기술 제휴가 일반적이다.

SBI 그룹은 독일 Solaris 등 유럽 핀테크에 과감히 투자하며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GS DAP(디지털 자산 플랫폼)를 통해 EIB 디지털 채권을 발행하며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스타트업 투자도 병행한다. JP모건은 Onyx, Kinexys 등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국채 결제도 성공적으로 실험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이 2033년까지 1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HSBC는 금을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는 '골드 토큰' 서비스를 상용화했고, 양자내성 보안기술을 적용한 세계 첫 토큰화 거래도 성사시켰다.

ISO 24165, 국제 식별자 표준화로 신뢰 확보

디지털 자산의 국제 표준도 정비되고 있다. ISO 24165는 디지털 토큰에 고유 식별자(DTI)를 부여해 규제기관과 금융기관의 모니터링 및 리스크 관리를 지원한다. 현재 2,000개 이상의 토큰에 적용되고 있으며, 시장 투명성과 제도 신뢰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 발전, 규제 명확화, 시장 성숙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리며, 이제는 ‘규모의 확장’과 ‘신뢰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전통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투자와 협업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10년, 블록체인은 금융의 뉴 노멀로 자리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