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토큰화 주식 3억달러 돌파…혁신인가, 재포장인가

| 한재호

스위스 기반 핀테크 기업 백드 파이낸스(Backed Finance)가 출시한 토큰화 주식 상품 ‘xStocks’가 출시 한 달 만에 거래량 3억달러를 돌파했다.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상장 주식을 24시간 온체인에서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이 서비스는, 전통 주식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이라는 평가와 ‘겉만 번지르르한 재포장’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4주 만에 3억달러…폭발적 초기 흥행

백드 파이낸스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을 통해 60여 종의 미국 주식을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토큰은 실물 주식에 1대1로 연동돼 있으며, 이론상 언제든 실물 주식으로 상환할 수 있다.

출시 직후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불과 4주 만에 거래량이 3억달러를 넘어섰고, 활성 지갑 수는 수천 개에서 수만 개로 급증했다. 24시간 거래 가능, 소액 단위 매매, 국경 없는 접근성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진짜 주식’은 아니다

문제는 이 상품이 ‘주식’처럼 보이지만 실제 주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자가 소유하는 것은 애플이나 테슬라 주식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추종하는 ‘토큰’이다. 이 토큰은 해외 특수목적법인(SPV)이나 브로커가 실물 주식을 보유한 뒤 발행하며, 투자자는 실물 주식의 의결권·배당권 등 기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는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거래돼온 CFD(차액결제거래)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CFD처럼 가격을 추적할 뿐, 법적 소유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이 덧입혀졌지만, 본질적으로는 파생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동성과 가격 괴리…지속 가능성에 의문

시장 관계자들은 xStocks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한다. 우선 유동성 ‘콜드 스타트’ 문제다. 현재도 스프레드가 넓은 편인데, 주말이나 거래량이 적을 때는 괴리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또 가격은 온체인이 아니라 발행사의 오프체인 시스템을 통해 동기화되기 때문에, 시세 반영이 늦거나 오차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시장조성자(MM) 진입 장벽도 높다. 주식과 토큰을 동시에 다루는 복합 구조 탓에 위험을 떠안으려는 플레이어가 많지 않다. 디파이와의 연동성 역시 제한적이다. 토큰이 온체인 네이티브 발행이 아닌 ‘포장(wrapper)’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디파이 머니마켓이나 파생상품 프로토콜과의 호환성이 떨어진다.

혁신으로 가는 길은 멀다

토큰화 주식이 진정한 ‘월가 민주화’로 이어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SEC(미 증권거래위원회) 등록, 온체인 네이티브 발행, 디파이 완전 호환, 래퍼(wrapper) 없는 즉시 결제 구조 등 규제·기술·시장 세 요소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토큰화 주식은 새로운 철로에 얹은 기존 상품일 뿐”이라며 “진짜 혁신은 전통 금융의 폐쇄성과 블록체인의 한계를 동시에 뛰어넘는 구조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xStocks의 초기 성과는 화려하다. 그러나 마케팅 효과가 사라지고 초기 투자 열기가 식었을 때도 이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토큰화 주식의 미래는 ‘포장된 상품’을 넘어선 진짜 온체인 증권이 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