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부터 램프까지… 유니콘들, 나스닥 대신 '세컨더리 거래' 택한 이유

| 김민준 기자

올해 들어 나스닥 상장 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유니콘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주식시장 입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도하게 높은 기업가치, 불안정한 시장 심리, 그리고 내부 투자자들 간의 이해관계 조율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들 기업은 전통적인 IPO나 인수합병보다 세컨더리 거래라는 대안적 유동성 수단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지출관리 플랫폼 램프(Ramp)는 1억 5,000만 달러(약 2,160억 원) 규모의 세컨더리 주식 매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130억 달러(약 18조 7,20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서의 자금은 신규 투자가 아닌, 주로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 지분 매각을 통해 유입됐다. 그 직전엔 핀테크에서 HR 소프트웨어로 영역을 확장한 딜(Deel)이 제너럴 캐털리스트 및 미공개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3억 달러(약 4,320억 원)어치의 지분을 세컨더리 거래로 넘겼다. 이처럼 비상장 테크기업들이 잇따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오픈AI(OpenAI)로 쏠리고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지분을 매각해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기업가치를 목표로 세컨더리 거래를 추진 중이다.

법률 자문업계에서도 이번 흐름이 단기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폴리앤드라드너(Foley & Lardner)의 파트너인 거스 레센디즈(Gus Resendiz)는 크런치베이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내 IPO와 M&A 경로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제너럴 파트너(GP)와 리미티드 파트너(LP)들은 세컨더리 마켓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창의적 해법을 기대하며 적극 진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거래는 단순한 주식 매도 이상의 복잡한 계약 구조와 법적 절차를 동반한다. 거래자는 대부분의 경우 해당 회사의 승인 없이는 지분 이전이 불가능하며, 우선매수권, 동반매각권, 기밀유지조항 등도 모두 고려 대상이다. 특정 거래에서는 직접 주식을 주고받기보다는 파생상품이나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 권리를 이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세금, 규제, 계약 이행 관련 이슈가 동반되는 만큼 거래 당사자 모두 세심한 계약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컨더리 거래는 펀드 운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펀드 결성 시기가 오래된 이른바 '빈티지 펀드' 운용사들에게는 세컨더리 시장이 기존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유동성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본질 가치와 잠재 성장성이 높은 경우, 일부 펀드운용사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도 한다. 다만 레센디즈는 "시장에서 통용되는 디스카운트가 워낙 크고 시장 참여 수요도 많아, 일부 세컨더리 전문 펀드는 오히려 매수 기회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PO와 인수합병이라는 전통적 출구 전략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민간 투자시장에선 세컨더리 거래가 새로운 유동성 허브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나스닥 문턱을 넘지 않아도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이 구조가 앞으로도 주류 전략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